전 세계 나비 1000여종 집합… 7억원짜리 분재도

by조선일보 기자
2009.04.23 10:55:00

[고양꽃박람회]이색 볼거리, 어떤 것들이 있나요

[조선일보 제공] 알록달록 꽃으로 물든 호수공원에 비단벌레 10만 마리가 날아들어 한쪽 벽을 자신들의 날개로 장식한다. 기쁨관 속 자연생태관에 높이 2m, 폭 13m로 장식되는 비단벌레 조형물이다. '공예 곤충'으로 이름 높은 비단벌레는 전체적으로 금록색을 띠고 오색영롱한 광채를 지녔다. 작년 8월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된 귀한 몸이다.

곤충채집가 정영운(53)씨는 30년 동안 라오스·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비단벌레가 나오는 지역 채집가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 이들 10만 마리를 모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파란색,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으로 변한다.

전 세계에서 채집한 나비 1000여종도 눈길을 끈다. 특히 30여종의 나비를 원 모양으로 배열해 추상화를 보는 듯 깔끔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나비 날개의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십자수를 놓듯 꾸민 작품은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정씨는 세계에서 가장 큰 헤라클레스 왕장수풍뎅이도 내놓는다.



희망관 내 희귀난전시관에는 지름이 2m나 되는 대형 박쥐란부터 아프리카 카메룬이 원산지인 창 모양의 연두색 벌브필룸, 1㎝ 크기의 꽃이 한꺼번에 수백 송이 피어나는 트리쵸그로티스, 하나의 꽃대에서 전혀 다른 꽃이 솟아나는 디모포키스 등이 전시된다. 소리에 민감해 음악을 들으면 끝부분에 핀 꽃이 흔들흔들 몸을 움직이는 춤추는 난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 8개국의 진귀한 분재 23점을 선보이는 아시아분재관에는 나이를 1600년이나 먹은 분재인 주목나무가 등장한다. 폭 2.7m, 높이 2m인 이 분재는 몸값만 무려 7억원에 달한다.



장미란 선인장은 이번 박람회의 최대 볼거리로 꼽힌다. 비모란 선인장을 모아 만든 이 조형물은 2008 베이징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역도선수 장미란의 활약을 담고 있다. 알뿌리에서 줄기가 뻗어 나와 넓적한 잎사귀를 늘어뜨리는 '단애의 여왕'과 수십개의 단풍색 가시가 돋아난 '예수옥' 등 희귀 선인장 63종도 출품된다.

'대통령'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선인장은 평소엔 초록색 줄기에 노란색 가시를 달고 있지만 가끔 무궁화를 닮은 꽃을 피우는 특징이 있다.

▲ ①수령 1600년 된 주목나무(분재). 몸값이 7억원에 달한다. ②비단벌레 10만 마리의 날개를 모아 만든 조형물. ③도자기로 만든 선인장.
이번 박람회에서는 전 세계 25개국의 진귀한 꽃 외에도 고흐, 모네, 클림트, 르느와르 같은 대가들과 신사임당, 강세황 등이 그린 명화를 리플리카(모사)로 만날 수 있다. 리플리카란 캔버스의 프린팅 위에 수작업으로 색을 입혀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재현한 그림으로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희망관 1의 호수갤러리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고흐의 '해바라기', 모네의 '개양귀비꽃',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꽃과 관련된 그림들이다. 하루 네 번 큐레이터들에게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봄을 맞아 집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관람객들은 기쁨관 야외전시구역에 자리한 주택정원을 둘러보면 좋다. 500㎡ 면적에 세모꼴 지붕을 얹은 목조주택을 채소정원, 놀이정원, 로맨틱정원, 이색정원 등 4가지 정원이 둘러싼 모습이다. 채소정원에선 약용·식용식물과 허브를 가득 심어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가 자라는 가정에는 색이 선명하고 모양이 앙증맞은 철쭉을 비롯해 잎사귀가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솟아오른 스카이로켓, '층층이 부채꽃'이란 우리 이름을 가진 루피너스 등을 권한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라면 잎이 작고 가냘픈 라일락과 보라색 디기탈리스 등이 화사하게 핀 로맨틱정원을 거닐만하다.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곧게 뻗은 대나무와 선홍색 꽃잎이 켜켜이 솟아오른 구즈마니아를 한데 심어 새로운 정원 조성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