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7.05.07 12:15:08
(상보)개인적으로도 한국 투자..포스코 투자 만족
아시아 통화 당분간 강세.."중국 잠재력 대단" 평가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한국 기업에 추가로 투자할 의사가 있음을 밝힌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현재 버크셔가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거듭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버핏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것이 한국 개별 기업의 투자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정말 훌륭한 기업..개인적으로도 한국 투자
버핏은 6일(현지시간) 오후 오마하 매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 각국 기자들의 대담 시간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투자한 포스코(005490)에 대해 또다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포스코는 정말 저평가된 기업으로 이익과 재무구조가 매우 훌륭하다"며 "기업 규모 면에서도 우리가 투자할 만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버핏은 이머징마켓 시장의 경우 규모가 너무 작아 버크셔가 투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규모가 최소 1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 외에도 나와 멍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한국 주식을 많이 샀고 거래도 많이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버핏의 오른팔로 기자회견에 동석한 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은 "최근 포스코가 인도 투자를 결정한 것은 정말 현명한 결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포스코 투자를 어떻게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버핏은 "씨티그룹 보고서 등을 보고 주가수익배율(P/E)과 주가가 낮고 실적이 좋은 종목을 20개 골랐고 그 중에 하나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TA, 개별 기업 투자에는 영향 무..가치투자 외에 대안없다
버핏은 FTA 타결과 관련, "영원한 우방은 없다는 말도 있지만 한국과 미국은 지난 30~40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번 FTA 타결로 관계가 더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이 포스코, 삼성 등 개별 기업의 투자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좋은 경영 좋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전일 주주총회에서 현재 한국 주식 20종목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한 종목을 더 매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이 포스코 외에 삼성에 대해 언급한 것과 관련, 기자회견 후 찰스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한국 기자들에게 "삼성은 그냥 좋은 기업의 하나로 예를 든 것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을 매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개별 기업의 투자에 대해서 말할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다.
한편 멍거 부회장은 버핏이 추가로 매수할 한국 기업의 예로 떠오르고 있는 SK(003600)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버핏은 한국 경제나 주식시장의 구조가 버핏이 고수하는 가치투자를 하기에는 적절치않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가치투자 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투자는 가치에 관한 것"이라며 "나는 내가 미국에서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한국에 투자했고 포스코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이 성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시아 통화 당분간 강세.."중국 잠재력 대단" 평가
버핏은 위안화, 싱가포르달러 등 아시아 각국 통화가 앞으로도 당분간 절상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위안화의 경우 독보적인 강세를 유지할 것이며, 이에 따라 위안화에 대한 싱가포르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통화 가치가 약세라 해도 싱가포르 기업이 이익을 낸다면 멀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 결정에 있어 통화 가치보다 이익이 훨씬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버핏은 전일 포스코 투자 후 기업 이익 호조와 함께 원 강세로 인한 환 차익도 많이 얻었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버핏은 중국에 대해 "활용되지 않은 인적 에너지가 엄청나다"며 "과거에는 중국의 시스템이 잠재력을 갉아먹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인구가 2억9000만명이라면 중국에는 2억9000만명의 똑똑한 사람들이 있다"며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닥터 페퍼와 같은 음료수가 중국 시장에서는 전혀 팔리지 않고 있다며, 사업 환경이나 소비자들의 취향이 너무 달라 버크셔의 주력 계열사인 보험회사 가이코가 중국에 지사를 설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에는 투자하면서 일본에는 왜 투자하지 않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는 "일본 기업 4~5개에 투자하고 있으나 일본에 너무 늦게 눈을 떴다"고 말했다. 동석한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은 "우리도 때때로 어리석은 결정을 할 때가 있다"고 농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