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장순원 기자
2020.07.26 12:00:00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마이페이먼트 허용
금융사고시 책임도 강화‥소비자 보호장치 가동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가 14년 만에 전자금융거래법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한 것은 지금의 규제 틀로는 금융산업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이후 금융 디지털이 가속하고 있어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 업체에 후불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신용카드회사처럼 외상거래를 허용한 것이다. 카드회사가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디지털 금융서비스 기반을 확대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진입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사회 초년생이나 주부 같은 금융 소외계층의 디지털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가맹점의 수수료, 외상매출 부담도 줄일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유니콘을 키우려는 목적도 있다. 이미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글로벌 50대 유니콘 기업 가운데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4곳이나 된다.
대신 첫발은 조심스럽게 땠다. 소액결제 한도는 30만원으로 책정됐다. 업계에서는 한도가 적어도 50만원은 될 것으로 봤지만 카드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한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저도 결제액의 차액(대금부족분)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가령 충전금이 20만원 남은 상태에서 50만원 짜리 물건을 샀다면, 충전금 20만원이 먼저 빠져나가고 30만원까지만 외상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신용카드와 달리 이자가 발생하는 할부나 현금서비스는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연체가 발생하면 다른 사업자의 소액후불 결제도 막기로 했다. 전자상거래 실적을 비롯한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한도를 차등적으로 부여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국민의 편의성을 위해서는 일단 30만 원 정도가 합리적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면서 “후불결제 허용이 여신기능을 준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결제 한도는 이용자의 편의성이나 이용 추이를 고려해 추후 조정할 계획이다.
간편결제업체의 충전 한도도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웬만한 전자제품이나 여행상품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신 하루 총 이용한도(1000만원)를 설정했다. 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다양한 보호장치도 마련했다.
현재 200만원인 자금이체업자의 이체 한도도 500만원으로 상향하되, 시행시기는 보이스피싱 척결 종합방안 등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운 전자금융업종도 적극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마이페이먼트(지급지시전달업·MyPayment)가 대표적이다. 마이페이먼트는 고객자금을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앱(App)으로 고객의 모든 계좌에 대해 이체 지시를 전달하는 사업이다. 내 손안의 디지털 금융비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유럽연합(EU)이 지난 2018년 1월 도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핀테크나 금융회사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전자금융산업에 가장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스몰라이센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고객 돈을 직접 보유하거나 정산하지 않아 규제 수준이 낮으며, 마이데이터 산업과 연계돼 종합디지털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게 특징이다.
종합지급결제사업자도 도입한다. 단일 면허(라이센스)로 모든 전자금융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를 말한다. 은행과 달리 예금과 대출업무가 제한되지만, 그 외에 이체나 카드대금·보험료·공과금 납부 등 계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종합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충분한 자기자본(200억원) 요건을 부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