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말말말] 떠난 노회찬에 추모 물결…조롱글 ‘뭇매’
by김미영 기자
2018.07.28 19:38:35
23일 유명 달리한 노회찬, 한주 내내 애도 이어져
文대통령 “비통하다”…조국 “새 별이 있으면 의원님이라 생각할 것”
미국 출장 함께한 여야 원내대표들도 눈물 속 “명복 빈다”
곽상도 “이중성 드러내도 무방한 곳서 영면하길” 논란일자 글삭제
|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고 노회찬 의원의 영결식에서 여야 원내대표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 23일 세상을 떠나고, 정치권엔 추모 물결이 일었다. 다만 자유한국당 일각에선 조롱성 반응이 나와 비난 받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말 가슴이 이프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애도했다.
문 대통령은 “노 의원은 당을 함께 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시대에 정치하면서 한국사회를 더욱더 진보적인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함께 노력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의 진보 정치를 이끌면서 우리 정치의 폭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며 “한편으로 아주 삭막한 우리 정치판에서 말의 품격을 높이는 면에서도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아프리카·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6일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시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는 방명록에 “익살로 감추신 고독을 알아드리지 못했다. 안식하소서”라고 적었고, 페이스북엔 “몇 달 전 노 의원을 붙잡고 막걸리 몇 잔 더 마셨어야 했는데, 그것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노 의원의 공동후원회장을 맡은 적 있는 조국 민정수석은 빈소를 찾아 오열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오래 전 허름한 선술집에서 의원님과 어깨 걸고 노래 부르던 일이 생각난다. 올해 초 눈 오던 날,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다”며 “‘진보정치의 별이 졌다’고들 한다. 그러나 어느 날 밤하늘에 새로 빛나는 별이 있으면 의원님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여야 지도부도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 숙이고 추모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인간으로서 향기 있는 삶을 살았고, 우리 정치에 맑은 기상을 남기신 분이었다”며 “시간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목숨을 놓겠단 결심을 말릴 수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신념과 원칙, 철학을 갖고 있으면서도 늘 부드러운 활동과 말씀으로 우리 정치를 크게 발전시킬 분 중 한 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고인의 사망 전 함께 미국 출장을 다녀왔던 여야 원내대표들도 비보를 접하자마자 황망한 모습으로 빈소를 함께 찾았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 원내대표는 일하는 사람이고...”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온 몸을 던져 일해온 정치인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함께 해왔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겨우 말을 마쳤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눈물 속에 “귀국 전날 마지막 술 한잔 대접한 게 끝이었다, 술 한잔에 오랫만에 노동운동을 회고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늘 노동운동 현장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노동자들의 애환과 고충을 대변하려 했던 그 진정성이 어떻게 해서 비통한 죽음으로... 말문을 못 잇겠다”고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역시 “어제까지 같이 활동했는데 굉장히 큰 충격”이라며 “미국을 떠나기 전날 금요일 저녁에 맥주를 마실 때에도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생전에 노 의원의 발목을 잡은 정치자금법 개정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정치 현상에 대해 촌철살인 언어로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위트 있는 정치인이었고, 기쁜 일이 있을 땐 꽃으로 축하를 전하는 로맨티시스트이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인과 마지막까지 논의한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민심 그대로를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혁이고, 이를 하나씩 실현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곽상도 한국당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노 대표는 여야 원내대표단의 일원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서도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적 없다’고 하더니 유서에서는 돈을 받았다고 했다. 원내대표로서 드루킹특검법안을 적극 반대한 모습에서 진보정치인의 이중성을 본 것 같아 애잔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중성을 드러내도 무방한 그 곳에서 영면하시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혹시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아닐까 의심해본다‘(손혜원 민주당 의원) 등의 비난이 빗발쳤고, 곽 의원은 해당글을 삭제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의 보좌관 정모씨는 페이스북에 “잔치국수 드디어 먹었다. 오늘 저녁 못드신 분 몫까지 2인분 먹었다. 매년 7월23일을 좌파척결 기념일로 지정하고 잔치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글과 함께 잔치국수 사진을 올렸다. 역시 거센 비판이 일자 정모씨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해당글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