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九龍列傳)승자와 패자 -下

by김병수 기자
2009.09.15 10:15:55

예상치 못한 회춘대인의 일격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최근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고 있다. 정권교체와 함께 급부상한 우리금융(053000) 출신과 새 정권에 기여한 인사들이 초기 금융권 판세를 이끌어왔지만, 집권 2년을 앞둔 상황에서 KB금융(105560)지주 문제로 또 한차례 요동을 치고 있다. 지난 해 6월, 금융계 파워엘리트 9인(九龍)의 미묘한 차이를 가상의 무협소설로 풀어냈던데 이어, 같은 형식으로 최근의 상황을 각색해 봤다.


영귀검황은 날로 쇠약해지고 있다. 패(貝)재상회의는 한치의 빈틈도 없이 검황을 올가미에 묶어 놨다.

"누가 저들에게 `영혼이 없다`고 했던가. 영혼이 있고 없음은 도대체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이미 저들은 어느 천자(天子) 밑에서도 스스로의 보이지 않는 힘을 자유자재로 쓰고 있지 않은가."

영귀검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미 여러 대륙에까지 무림 고수들을 파견한 삼지성(三之星) 문파에서 평생 배운 무공도 한 무리의 재상들이 놓은 덫에 이리도 맥을 못추다니……."

이 때, 영귀검황의 호위무사들이 뛰어들어 왔다.

"교주, 몸과 명성에 상처를 입은 도성수비대장 회춘 대인이 천자에게 상소를 올리고 낙향했나이다."

영귀검황은 어안이 벙벙했다. 가뜩이나 패재상들이 뿌린 독이 온 몸에 퍼지면서 하루하루 생각이 달라지는 증세로 힘든 상황이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이미 지근거리의 호위무사들마저도 눈치를 채고 부쩍 말수가 줄었다.

허기야, 스스로도 하루하루를 가늠할 수 없으니, 수하들이 어느 장단에 말을 맞추겠나. 불안은 공포로 변하고 있다. 수하들도 정언마제에 충성을 결의했다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는가.

세치 혀로 수하를 부리는데 능수능란하지 못한 정언이지만, 영귀와의 교주 다툼에서 패한 후에도 배신자를 처단하는 강단도 보였던 터다. 어찌 가신들이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영귀검황은 찬찬이 회춘 대인의 대민초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기회가 되면 고향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회춘이 그동안 꾸던 꿈을 결행하려나 보군. 회춘이 직접 민초들의 뜻을 받들어 반도 무림회의에 나서겠다는 꿈은 내 일찌기 알고 있소."

영귀검황과 회춘대인은 삼지성 문파에서 함께 수학하지 않았던가. 영귀와 회춘의 출신성분이 달라, 회춘은 관병들의 허드렛일이나 도우면서 눈대중으로 무공을 연마하긴 했어도, 그의 잡초같은 끈기와 팔색조 같은 변신술은 영귀도 이미 감탄해마지 않고 있는 터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러나… 때가 좋지 않습니다. 때가……." 호위무사들은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무슨 말인가?" 영위검황이 채근하듯 묻자 한 호위무사는 "담화를 해석하는 사가(史家)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습니다."

"회춘대인도 이번 패재상회의 덫에 걸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회춘은 요상한 변신술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반도 무림회의 실력자들을 만나 해독제를 구해 구사일생으로 작은 상처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알고 있소. 그래서 패재상회의에서도 그 문제가 안주거리가 됐다고 하지 않았는가. 같은 문제로 어떤 놈은 흔적도 없는 상처뿐이고, 어떤 놈은 관을 짜야하는 상황이라니……." 영귀는 혀를 내둘렀다.

다른 호위무사가 말을 받는다. "그런데 해독제를 구하면서 누군가와 거래를 한듯 합니다."

"무슨 말인가? 아… 아뿔사!" 영귀는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사가들의 입방아가 아직 멈추지도 않았는데, 회춘이 이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패재상회의에서 조차 `회춘대인은 이 정도 상처인데, 영귀검황은 너무 심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저 정도 흠결에 도성수비대장 자리를 내놨는데, 영귀검황은 무엇에 연연하는가`라며 사가들의 비난이 쏟아질게 당연지사다.
 
회춘의 요상한 변신술이 그나마 기댔던 평형목(平衡木)을 뿌리째 흔들어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이제 화살은 허상의 회춘대인을 지나 영귀검황을 직접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마저도 패재상들의 술책이란 말인가? 해독제를 건네며 그의 요상한 변신술을 패재상들을 위해 쓰기로 약조했단 말인가? 아니다. 회춘이 뭐가 아쉬워 그런 거래를 했단 말인가.`

영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회춘의 꿈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술도 먹지 않는 회춘이 실수로 어디 그런 말을 했겠는가. 그렇다면 왜?

그렇다. 회춘이 맡고 있는 도성수비대가 문제다. 도성수비대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미 천자의 눈밖에 난지 오래지 않던가. 이미 천자의 밀명을 받은 감찰대가 9개월째 들쑤시고 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없는 일도 자복해야 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곧 반도 무림총회가 열린다. 이미 반도 무림총회에 도전장을 낸 회춘이다. 도전을 받은 검객들이 가만 있을리 없다.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무림 검객들은 먼저 칼을 뺄 좋은 명분을 총회에서 얻을 것이다.

영귀검황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회춘의 무공이 언제 이리도 일취월장했단 말인가. 그의 변신술이 요상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검황인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던가. 변신술이 문제가 아니다. 이미 화공(火攻)검법을 익혔고, 수신(水神)검법도 구사하지 않는가.

"이 놈이 정말……." 화가 치밀수록 독은 영귀의 온 몸으로 더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관련기사]
☞「①우리문파 시대 열리다(2008년 6월25일 11시32분)」
☞「②亂世는 영웅을 부른다(2008년 6월26일 10시30분)」
☞「③하나문파의 飛上(2008년 6월27일 10시56분)」
☞「④백성이 무림의 미래다(2008년 6월30일 10시39분)」
☞「⑤무림은 돌고 돈다(2008년 7월1일 11시16분)」
☞「⑥굴러온 돌과 박힌 돌<外傳>(2008년 7월2일 10시10분)」
☞「⑦화산논검(華山論劍)<完>(2008년 7월3일 11시45분)」
☞ (新九龍列傳)「승자와 패자 -上(2009년 9월14일 11시42분)」

 
▲패(貝)재상회의 = 10여년전 오랑캐 `아이엄어부(亞以嚴於部)`의 침공(환란) 때 만들어져 무림재편을 이끄는 회의조직. 이후 날로 세력을 키워 민초들의 패(貝)를 매개로 한 대부분의 상거래에 개입하며, 무림 분파들의 뒷조사 때 주로 사용하는 조검(調檢)권법이 유명함. 최근엔 민초들의 집터 내사에도 열을 올리고 있음. 
▲칠성(七星) 고수 = 38년간 우리문파 요직을 지내다 무림을 떠남. 지난 3년간 음악과 풍류생활을 즐김. 돌연 무림에 돌아와 천재(千才) 장로를 실각시키고 우리 문파 교주 자리에 오름. 황실의 지원 내지 묵인을 바탕으로 우리 문파 중심의 중원 통일을 꿈꾸고 있음. 천자(天子)가 어린 시절 수학(修學)한 고대사(高對寺) 출신.
▲천재(千才) 장로 = 관군에서 정통 무장으로 30여년간 재직하다 우리 문파에 지난해 영입됐음. 최근 칠성(七星) 고수로부터 치명상을 입고 교주 자리에서 밀려났으나, 황실의 부름을 받고 좌장군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음.
▲회춘(回春) 대인 = 우리 문파 부교주로 천재(千才) 장로와 같이 우리 문파를 지휘하다 칠성 고수에게 밀렸음. 이후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 도성수비대장으로 임명돼 우리 문파 시절 못지않은 막강한 병력과 물자를 관리하고 있음.
▲숭유(崇柳) 무제 = 하나 문파 교주로 최근 관군으로부터 독사 독의 1조7천억배 독한 법인장풍을  맞고 은둔하다 최근에야 회복됐음. 칠성 고수의 맞수로, 외은 문파 흡수를 노리다 최근 규모가 더 큰 우리 문파에 관심을 갖고 있음. 천자(天子)와 고대사(高對寺) 동기동창.
▲위성(爲星) 대인 = 산은 문파 교주로 최근 취임 했음. 우리 문파의 통폐합 시도를 막고 오히려 역공을 펼칠 계획을 세우고 있음. 먼저 외은 문파나 기은 문파를 포섭해 세력을 키워 우리 문파에 맞서려고 함. 서역 오랑캐들과 교유(交遊)가 깊음.
▲영로(營露) 신장 = 기은 문파 교주로 천재(千才 ) 장로와 마찬가지로 관군 출신. 우리 문파와 산은 문파의 통폐합 기도를 막고 독자생존과 세력확장에 나설 것을 도모하고 있음.
▲천수(天壽) 장군 = 우장군으로서 좌장군인 천재(千才) 장로, 재상인 전광(前光) 선인과 라이벌 관계임. 천자(天子)로부터의 신임이 두터움. 천재(千才) 장로와 함께 무림 통폐합론을 지지했으며, 이에 소극적인 전광(前光) 선인과 견해 차이를 보임.
▲정언(正彦) 마제 = 무림 최대 문파인 국은 문파 교주. 당초 외은 문파 흡수를 수년간 추진해왔으나 최근 문파 내부조직 개편문제로 고민하고 있음. 무림고수를 영입, 문파 수장을 교주와 부교주로 양분하자는 원로회 일각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음. 우리·산은 문파 도모에도 관심을 보임.
▲영귀(影鬼) 검황 = 우리 문파 교주 출신. 검의 귀재로 절대무공인 `토종(土種) 검법`으로 무림을 떨게 했음.국은 문파 최고 수장자리를 꿰찼지만 패재상들의 미움을 사 맹독에 상처를 입고 문파 수장에서 몰려날 위기에 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