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윤진섭 기자
2008.06.20 11:17:10
건설업계, 사전투입비용 손실..대형 일감 사라져
대운하 개발 편승해 땅값 급등..조정 불가피
대운하 중단에 주식시장도 후폭풍
[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대운하 추진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당장 건설업계는 사업제안을 위해 쓴 수백억원의 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게 됐다. 초대형 일감도 사라지게 됐다.
대운하 관련 기업의 주가 하락은 물론 개발 기대감으로 땅값이 크게 올랐던 경기도 이천, 충북 충주 일대 땅값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는 대운하 중단의 직접적인 피해자다. 그동안 대운하 사업을 준비해온 곳은 현대건설(000720) 컨소시엄(도급순위 1-5위, 11-20위), SK건설 컨소시엄(6-10위), 프라임개발 등 3곳이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유신코퍼레이션과 180억원에 대운하 용역 계약을 맺었다. 이와는 별도로 사무실 및 전담 인력까지 뒀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대운하 사업제안을 준비하면서 총 200억원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건설 컨소시엄도 사업제안서 작성 등 용역비로 70억-80억원 정도의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프라임개발도 10억원 내외를 대운하 관련 비용으로 지출한 상태다.
비용은 보상 받지 못한다. 국토부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준비해온 만큼 보전해 주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일감도 사라졌다. 대운하 사업은 정부 추산 사업비만 14조-15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배후지 개발까지 고려하면 총 20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B건설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계로선 대운하사업은 불황 탈출을 위한 돌파구였다"고 말했다.
= 부동산 시장도 혼란이 불가피하다. 경기도 여주, 충북 충주 일대는 대운하 수혜지역으로 꼽히면서 땅값이 급등했다.
실제 대운하 터미널 예정지로 부각된 충북 충주 장천리 일대는 대선 전에 3.3㎡(1평)당 5만원이던 땅값이 15만-20만원으로 뛴 상태고 경북 문경시 마성면 일대도 5만원에서 7∼8만원으로 40∼80%가량 올랐다.
여주시 점동면 삼합리 인근지역은 대운하 물류기지가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3.3㎡ 당 10만-15만원이던 논, 밭이 30만원까지 뛴 상태다.
그러나 대운하 사업이 중단됨에 따라 이들 지역 내 땅값 조정은 불가피하다. 실제 여주 땅값은 대운하 논란이 불거진 2월 이후 상승세가 주춤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여주 땅값은 지난해 12월 0.712%가 올라 전국 평균인 0.4%의 두 배에 육박했었다. 하지만 올해 2월 상승률은 0.45%로 전국 평균(0.393%)과 큰 차이가 없었고, 3월 들어선 상승세가 꺾였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여주 양평 등에서 활동하던 기획부동산들이 중단 소식을 듣고 매입가격보다 훨씬 싸게 파는 손절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손절매가 본격화될 경우 단기에 오른 땅값이 빠르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대운하 예정지 땅은 투자 0순위였고 일부 매물은 고가 낙찰되기도 했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경남 밀양시 삼랑진의 한 임야는 입찰에서 8명이 응찰해 감정가(688만8000원)의 379%인 2610만원에 낙찰됐다. 또 밀양시 하남읍의 밭은 감정가(2억2144만5000원)의 164%인 3억6300만원에 주인을 찾기도 했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대운하 주변 토지라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가격에 낙찰이 이뤄진 경우가 많았고 이들 중 일부는 보상을 노려 고가 낙찰된 케이스도 있었다"며 "대운하가 중단되면 이들 땅은 쓸모가 없어져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시장도 대운하 중단 후폭풍이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운하 중단을 언급하면서 관련 테마주들은 연이틀 급락하고 있다.
20일 오전 9시 26분 현재 대운하 수혜주로 분류되는 특수건설은 전일대비 11.72% 하락한 6630원에 거래되고 있고, 홈센타는 11.00% 내린 2305원을 기록 중이다. 이화공영(001840)도 11.49% 하락한 8090원에 매매가 체결되고 있다. 울트라건설(004320)도 13%나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