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99페이지 위로 붉은 해가 떴다

by조선일보 기자
2008.02.21 11:10:00

풍경이 있는 도서관

[조선일보 제공]
오후 5시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위치한 용산도서관. 하늘이 서쪽부터 오렌지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날씨 좋으면 저어기 끝까지 다 보여요. 석양물들 때도 예쁘고, 야경도 끝내주고.” 용산도서관 안시용 관리과장의 말처럼, 이곳 도서 관의 3층 옥외휴게실에 서 있으면 서울 시내 유명 전망대가 부럽지 않다. 후암동부터 멀리 여의도 63빌딩까지 발아래 펼쳐진다. 붉은 해가 그림처럼 걸려 있는 도심의 해질녘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잡념도 시름도 다 잊게 된다. 취업준비생·고시생·입시생들은 이곳에서 25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 들고, 머리를 식히며 전망을 바라보다 들어간다. 휴게소 시설은 소박하다. 낡은 벤치와 플라스틱 의자가 전부다. 소박하고 허름한 휴게실인 만큼 일상에서 한 박자 쉬어 가기엔 더 좋다.

해가 지면 도서관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더욱 화려해진다. 도서관엔 어둠이 내려앉고, 하나 둘 빌딩 숲에서 전구가 켜진다. 나란히 어깨를 붙이고 앉아 하염없이 깜박이는 네온 불빛들을 바라보는 커플들도 종종 눈에 띈다. 바로 건너편 남산도서관과 달리 남녀 열람실 구분이 없다 보니, 한 때 네티즌들 사이에선‘이곳이 서울 시내 최고의 데이트 장소’라는 말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돌아다니기도 했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함께 도시락을 싸 들고 와서 공부도 하고 데이트도하는 이들이 많다. 



▲ 서울 용산구 후암동 용산도서관 옥상. 저무는 붉은 해 아래 펼쳐진 탁 트인 전망이 아름답다./조선영상미디어 허재성 기자

높은 난간이 없는 탁 트인 옥상이 경치를 감상하기엔 더 낫지만, 안전 문제 때문에 올라갈 수는 없다. 열람실에선 바로 앞 건물들에 시야가 막혀, 도심을 내려다볼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낡은 도서관 건물에 비해, 매점은 상당히 깔끔하다. 백반, 새우볶음밥, 떡만두국, 소불고기 덮밥이 모두 3000원. 가격에 비해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다. 주차는 1시간 무료(이후 10분당 300원).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과 공휴일에 쉰다. 증명사진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서 대출증신청서를 작성하면 당일 바로 책을 빌려 읽을 수도 있다. 문의(02)754-3439, www.ysli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