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VS애널)"저만 `보유`의견이라 부담돼요"

by안재만 기자
2007.11.13 11:22:50

NHN에 대해 서울증권 `홀로` 보유의견
"중장기적으론 긍정적 평가..`안티`는 아니다"
"소수의견 내기 힘들어요..투자자 돕기위해 최선"

[이데일리 안재만기자] 모두가 "예"라고 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설혹 틀리더라도 모두가 함께 틀렸다면 비난을 비껴갈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다수 의견에 묻어가려고 한다.

이는 애널리스트업계에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난 8일 NHN(035420)이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그동안 2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던 애널리스트들은 한꺼번에 목표주가를 30만원대로 상향 조정했다. 37만원에 달하는 목표주가도 눈에 띄었다.

이 가운데 한 애널리스트는 NHN의 3분기 실적에 대해 "놀랄만큼 훌륭한 실적은 아니다"라면서도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NHN의 목표주가를 높이는 것이 이미 `대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보유 투자의견과 목표주가 29만원을 유지했다.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20만원대 목표주가였다. 그는 "나만 `왕따`된 것 같아 기분이 조금 그렇다"면서도 투자의견을 조정하지 않았다. 최찬석 서울증권 애널리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국내 주요증권사 18개사 가운데 NHN에 보유 의견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CJ투자증권을 제외하고 서울증권이 유일하다. 또한 2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곳은 서울증권, 키움증권, 교보증권 등 3개사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조만간 신규 리포트를 내놓을 계획이고 교보증권은 인터넷을 담당하던 김한성 애널리스트가 펀드매니저로 업군을 바꿨다. 사실상 서울증권만이 소수 의견이다.

또한 CJ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일단 시간을 두고 판단하기로 했다. 심준보 애널리스트는 "NHN의 3분기 실적이 기대를 충족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법인이 부진해서 고민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증권이 보유 의견과 2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그간 주가 상승의 드라이브였던 해외 자회사 3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검색매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6%대에 그쳤고 ▲3분기 실적이 개선된 이유가 게임부문의 두각 때문인데 게임부문은 규제 등의 여파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 애널리스트는 본인이 NHN의 `안티`로 인식되는 것을 우려한다. 최 애널리스트는 "보수적인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는 최근의 가치와 가격 괴리에 따른 것"이라며 "보유 의견을 유지했다고 해서 회사 가치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해석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NHN의 중장기적인 전망은 낙관적"이라며 "향후 또 다른 주가 상승 요인이 나타날 경우엔 목표주가를 상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HN은 지난 8월 중순 15만원대에서 지난달 26일 한때 30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가파른 고공행진이다. 이 가운데 3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서 애널리스트간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물론 앞에서 말했듯 최 애널리스트 외 몇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NHN에 긍정적이다.

성종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가 최대 성수기인데다 대선 수혜도 있고, 2008년 이후로도 고속 성장이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23만3000원에서 31만6000원으로 35.6% 상향 조정했다. 대우증권도 "새로운 장기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일본 검색시장 진출이 내년 초에 시작된다"며 목표주가를 33만8000원으로 높였다.

최 애널리스트는 NHN에 대해 보유의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NHN이 최근 일부 기관의 대규모 매수세로 급등했던만큼 추가 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심준보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NHN의 실적이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주가가 실적 성장의 신뢰성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는 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외에도 보고서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면 NHN의 향후 전망을 우려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적지 않다. 박재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가 "해외법인이 추가 성장동력이 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말했고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 출신의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가 "게임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웹보드 게임이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평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놓고 끊임 없이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가 신이 아닌 이상 목표주가를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는 상황에서 소수 의견을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도 소수 의견을 가진 이들은 힘들다. 일부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가 압력을 넣는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고 투자자들의 입에도 수시로 오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