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4.02.19 10:17:09
헤지펀드 차익실현, 구두개입 등이 유로급락 원인
"유로 추세적 하락은 어렵다" 분석 우세
[edaily 하정민기자] 유로화 가치가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런던시장 개장 초 1.2929달러까지 치솟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유로/달러 환율은 헤지펀드의 차익실현 움직임과 유럽 정책당국자들의 잇따른 구두개입으로 뉴욕시장에서는 1.2688달러로 급락 마감했다. 그러나 19일 도쿄시장으로 넘어와 다시 1.2700달러선으로 올라서는 등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거듭되는 방향 전환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향후 유로/달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 가치가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인지 아닌지, 구두개입을 시작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인지 등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유로 급락, 왜 나타났나
금방이라도 1.30달러를 상향돌파할 것 같던 유로/달러 환율이 1.26달러대로 반락한 요인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헤지펀드 동향. 많은 분석가들은 헤지펀드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18일 뉴욕시장에서 유로가치가 급락세를 나타냈다고 보고 있다.
알라론FX의 크레이그 러셀 선임 외환딜러는 "많은 헤지펀드들은 지난해 11월 유로/달러가 1.1860달러 수준일 때 부터 `유로 매수-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해왔다"며 "유로/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인 1.30달러까지 상승하자 기존 포지션의 이익을 실현할 결정적 기회라고 여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외환딜러는 "기술적으로 유로 강세의 지지선은 1.2765달러인데 이 선이 무너지면서 헤지펀드의 유로 매도심리가 더욱 촉발됐다"고 분석했다.
구두개입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전일 유럽 정책당국자들은 그간의 유로강세 선호 입장에서 벗어나 "추가 유로 강세가 곤란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놨다.
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유로화의 안정이 유럽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말했으며 유럽통화위원회 페드로 솔베스 위원도 "과도한 변동성을 원치 않는다"고 거들었다. 볼프강 클레멘트 독일 경제장관 역시 시라크 대통령과 비슷한 언급을 했다.
가장 이례적인 구두개입은 영국에서 나왔다. 레이첼 로맥스 영란은행(BOE) 부총재는 취임 첫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크지 않다"며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영란은행은 지난해 11월 세계 4대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파운드와 유로 강세에 일조한 바 있다. 그러나 로맥스 부총재의 발언으로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1월 물가상승률은 1.4%로 영란은행의 목표치인 2.0%에 크게 못미쳤다.
◇변수는 금리인하, 위안화 절상
그렇다면 향후 유로/달러 환율의 움직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유로 약세가 기조적으로 굳어지기 보다는 최근 거래범위와 비슷한 수준에서 당분간 박스권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쌍둥이적자와 같은 미국 펀더멘털 요인이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상황에서 근 2년간 계속됐던 달러 약세가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보긴 어렵다. 전일 구두개입 등을 감안할 때 유로/달러의 1.30달러 돌파를 사수하겠다는 유럽 쪽의 의지도 굳건하다. 때문에 양측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현 거래 수준에서 일종의 `타협`을 볼 것이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 인베스터스뱅크앤트러스트의 스트래티지스트 팀 마자넥은 "전일 환율 움직임을 보면 유로/달러는 당분간 1.2320~1.2925달러의 거래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린익스체인지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길모어 역시 "달러는 다시 점진적인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조만간 다시 1.30달러 상향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전일 구두개입으로 좀더 강력한 자세를 취했으나 본질적인 입장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유로/달러가 다시 1.30달러를 넘보더라도 직접 시장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오히려 이 경우 ECB의 금리인하 논쟁이 본격 촉발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많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전일 "유럽 각국 중앙은행은 전통적으로 외환시장 직접개입에 반대해왔다"며 "시장 개입보다는 올해 여름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HSBC의 채권 스트래티지스트 스티븐 메이저역시 "유로/달러가 1.29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라며 "ECB는 결국 올해 하반기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안화 절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데이비드 길모어 애널리스트는 "오는 7월 미국과 중국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최소한의 선물은 들고 올 것"이라며 "중국이 단계적인 위안화 평가절상을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