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한국비중 낮추는 외국 증권사- 경제현안 긴급진단

by박병우 기자
2000.05.23 20:44:47

최근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 또는 하향조정하고 있다. 이같은 부정적인 투자의견이 외국인의 실제 매매패턴에 변화를 줄 것인지 여부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취약한 수급구조상 외국인 매도가 본격화된다면 주가가 한 단계 더 주저 앉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드리워지고 있다고 전한다. ◇외국계 증권사의 잇단 투자등급 하향= 먼저 유비에스워버그(UBSW)는 지난 19일 한국이 금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종합주가지수가 여름까지 자신들이 설정해 놓은 바닥지수인 625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으로 ING베어링은 20일 직접적인 투자등급 조정을 하진 않았으나 투신권 전체에 대한 불안감이 투자가들이 한꺼번에 출구를 찾아 도망가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시적이나 전면적인 국가보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베어링의 수석전략가 팀 컨던은 이와관련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미국계 대형증권사도 한국을 포함 亞太투자전략회의를 가질 예정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이어 모건스탠리의 亞太 분석가 카푸어는 사이클상의 둔화위험과 경상수지 축소를 근거로 亞太 모델포트폴리오내에서 한국 비중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내리며 한달여만에 또 다시 의견을 하향조정하는 공격적인 투자의견을 피력해 주목을 끌었다. 이를 이어받아 모건의 수석전략가인 펠로스키는 23일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원용하는 글로벌이머징 모델 포트폴리오내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제시한 지 수개월 만에 중립으로 하향 조정시켰다. 또 같은 날 클라인워트 벤슨증권은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와 그에 따른 한국기업의 수익성 전망을 근거로 전체적으로 중립 의견인 가운데 "기술적으로는 과매도, 펀드멘탈 측면에서는 과매수"라는 다소 극단적인 의견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23일 메릴린치는 아시아권에 대해 신중한 비중확대(Cautiously Overweight Asia)의견을 제시한 가운데 필리핀, 홍콩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강력한 수익기대감을 표명한 반면한국, 태국, 대만 등에 대해서는 최근 3개월동안 수익기대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등급 하향 이유=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하는 이유로 투신 등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지연 내지는 불확실성,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따른 미국 경기긴축과 이로 인한 한국의 수출위축과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 등을 들고 있다. 또 같은 맥락에서 한국기업들의 수익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펀드멘탈을 중시하는 외국인들의 투자속성이 내비쳐지는 대목이며 국내에서 문제시하고 있는 수급불균형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반면 크레디리요네증권은 22일 발표된 금융구조조정 대책으로 인해 KOSPI가 1000선 이상에서 적정주가를 찾을 것이란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그나마 불안한투자심리를 달래주었다. CLSA는 특히 외국인만으로 주가가 적정가치를 형성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하고 국내투자가의 자신감 회복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쟈딘플레밍과 노무라도 한국 증시에 대한 종전의 "중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량주에 대한 매수의견은 유지=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실질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삼성전자 포철 등 시가총액 상위 우량종목의 경우 되레 이들 대부분이 매수 유지 또는 목표가를 올리면서 추가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시장에서 주가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시장상황에 맞춰 투자등급을 뒤늦게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수년 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주식중개를 하고 있는 유럽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팔지 않고 한국비중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없으므로 약간은 앞 뒤가 맞지 않는 투자의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외국 투자기관들의 펀드매니저 교체시기와 겹치고 있을 뿐 아니라 상징성 있는 대형기관의 투자의견이므로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국인들도 금융위기이후 한국의 환부가 상당히 도려내지고 수익성 개선이 기대돼 적극적인 매수전략을 구사했으나 이같은 주가 하락(삼성전자 제외)에 당황해 하고 있으며 한국 과 한국증시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고 지겹다"는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고 이 중개인은 전했다. 따라서 당분간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에 국한해서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 여부를 추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