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이 만화처럼 특별해지는 곳"…강동구 강풀만화거리[서울곳곳]

by함지현 기자
2024.12.08 13:47:25

강동역 4번출구~성안마을 이어지는 길 따라 조성
골목마다 '강풀 세계관' 담겨…발견의 즐거움도
지역공동체 시설 '승룡이네집'에서 문화 프로그램도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강풀 작가의 웹툰에서 소시민의 일상이 만화로 특별해지는 것처럼 소소한 일상이 특별해지는 곳이 강풀 만화거리다.”

(사진=함지현 기자)
강동역 4번 출구에서 시작해 성안마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조성한 강풀만화거리는 성내동 출신인 강풀 작가의 만화와 이야기를 모티브로 조성했다. 지난 7일 이곳을 직접 찾아보니 넷플릭스로 화제가 된 ‘무빙’부터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등 다양한 강풀 작가의 작품이 골목마다 새겨져 있었다. 골목 초입에는 전 작품의 위치를 안내한 지도도 마련해 원하는 작품을 찾아갈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다양한 작가들이 강풀 작가 화풍으로 그려 넣은 50여개의 벽화들이 숨겨져 있다. 다양한 명대사와 명장면이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웹툰 속 작품을 그대로 그린 것을 넘어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고 서로 다른 작품 간 등장인물들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강풀 세계관’이 담겨있는 셈이라 발견의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예를 들어 ‘행복의 나라로’라는 벽화는 원작 ‘당신을 사랑합니다’ 속 만석 할아버지와 송이 할머니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멋진 오토바이를 탄 채 달려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실 이들은 원작에서는 서로 추억만 간직한 채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주변 경관도 만화적으로 꾸몄다. 노후했던 대문과 벽을 이 거리의 특징 색감으로 통일했다. 강풀만화거리를 시작으로 인근 거리 상공에는 줄로 연결한 별 모양 조명인 스트링라이트 조명을 설치해 반짝이는 밤하늘을 연상케 했다. 어떤 바닥에는 발광대리석인 ‘루미스톤’을 깔아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거리 안에서는 웹툰 ‘바보’에 나오는 주인공인 ‘승룡’의 이름을 따서 지은 지역공동체 시설 ‘승룡이네집’도 있다.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한 이 곳은 1층은 카페, 2층은 만화방, 3층은 청년 입주 작가 작업실로 꾸며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캘리그래피, 비즈키링 만들기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도 제공한다.

문화관광 해설사 프로그램을 통해 강풀만화거리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강풀 작가의 작품 세계와 만화거리에 담긴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강풀만화거리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은 “넷플릭스에서 무빙을 본 이후 강풀 작가의 웹툰에 관심이 있던 차에 우연히 이곳을 알게돼 방문했는데 만화적 감성을 느낄 수 있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며 “주변에 맛있는 식당들도 많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강풀만화거리와 승룡이네집은 함께 지역 주민과 방문자들에게 풍성한 문화 체험을 선사한다”며 “최근 인기 드라마 ‘무빙’과 ‘마녀’의 촬영지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면서 실제 촬영 장소를 둘러보는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