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상폐·고팍스 출금중지…韓 코인시장 대혼란

by임유경 기자
2022.11.27 17:06:02

위믹스 '유통량 허위 공시'로 상장폐지
시총 3630억원 한순간 증발
"해외 거래소 상장 쉽지 않을 것"
고팍스 고파이에 묶인 자금 320억원 이상 추정
제네시스 파산할 수도
고팍스 투자의향서(LOI) 맺었지만 구속력 없어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세계 2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에 이어 국내 기업 발(發) 악재까지 쏟아지며 국내 코인 투자자들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 DAXA는 지난 24일 ‘유통량 허위공시’로 문제가된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12월 8일 오후 3시 이후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4개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가 중단된다.

현재 위믹스 가격은 570원으로, 상장폐지 직전 가격 2100원에서 70% 이상 폭락했다. 5000억원 규모였던 시가총액은 137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위믹스 거래의 90% 이상이 국내 거래소에서 이뤄지고 있고 해외 거래소 상장도 불투명해, 투자자들의 손실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경필 쟁글 연구원은 “국내 거래소 상장폐지가 토큰 관리 규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외 거래소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위믹스 사태일지(디자인=문승용 기자)
문제는 위메이드가 업비트에 제출한 위믹스 유통량 계획과 실제 유통 물량 간 차이가 나면서 발생했다. 계획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2.45억개 코인이 유통돼야 하는데, 실제 유통량은 3.18억개로 7000만 개 이상의 차이가 발생했다. 10월 중순 가격(개당 2500원) 대입해 계산하면 무려 1750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DAXA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달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4주간의 소명·검토 기간 동안 위메이드 측은 위믹스를 담보로 맡기고 빌린 자금을 상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초과 유통된 물량을 되돌렸다. 하지만, DAXA는 △유의종목 지정 당시 초과된 유통량의 정도가 중대함 △미디엄 블로그와 DART 공시를 통해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언론에 발표함 △제출한 소명 자료에도 각종 오류가 발견 돼 프로젝트 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움 등을 이유로 최종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그 다음날 간담회를 열고 상장폐지를 주도한 업비트를 ‘슈퍼 갑’이라고 맹비난하며, 불복의사를 밝혔다. 장 대표는 이날 △기준 불명확(유통량 정의·관리 방법 가이드라인 없음) △과정 불투명(제출한 소명이 어떤 부분에서 불충분했는지 알려주지 않음) △불공정(모든 코인에 유통량 계획서를 받지 않으면서 위믹스만 문제 삼음) 등 3가지 측면에서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업비트 측은 “유통량과 관련해 주요 기준은 위믹스팀에 공유했으며, 비트코인처럼 발행주체가 확실하지 않거나 탈중앙화된 프로젝트는 유통량 계획이 없는 경우가 있다”고 반박했다.

위메이드는 전면전에 돌입했다. 법원에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4개 거래소가 담합해 공동 상장폐지를 결정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장폐지가 번복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8월 피카프로젝트가 업비트 상장폐지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

DAXA 회원사기도 한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상품 ‘고파이’ 고객에 원금 및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가상자산 대출 서비스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이하 제네시스)’의 상품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고파이를 운영해왔는데, 제네시스가 유동성 부족으로 고객 인출을 중단하면서 고파이도 인출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고팍스 홈페이지에 공개된 정보를 취합하면, 고파이에 고정형 상품(정기예금과 유사)에 묶여 있는 고객 원금과 이자는 총 3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자유형 상품까지 더하면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제네시스가 회생해 투자금을 돌려 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회사가 지난 22일 투자자들에게 “파산을 준비해야할 수 있다”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 해결의 공은 고팍스로 넘어갔다. 고팍스는 “한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투자의향서(LOI)를 맺었으며, 여기에서 확보한 유동성을 가지고 고파이 서비스를 6주 안(지난 24일 기준)에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LOI에는 계약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안심하긴 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