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분쟁 우려·신흥국 리스크..국내 증시 추세 상승 제한

by최정희 기자
2018.08.31 09:08:06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내 증시가 2주간 반등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피 지수는 2300선, 코스닥은 800선을 회복했다. 삼성전자(005930)의 주가순이익비율(PER) 7배의 역사적 저평가 상황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올라봤자 현 수준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서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단기적으로 ‘수급 또는 심리’, 중장기적으론 ‘이익’”이라며 “7월부터 순매도 흐름을 보이던 연기금의 매도 압력이 둔화되고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수급은 나빠지 않지만 이익모멘텀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추이를 보면 7월말 대비 EPS 추정치가 개선되긴 했으나 5월부터의 추이로 볼 때 5월과 달라진 점이 없단 분석이다. 하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 반등은 중장기적인 이익 증가 기대감이 아니라 단기적인 수급 모멘텀 때문”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완화적 스탠스와 무역갈등 완화 기대감 등이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유입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인 반등은 나타났지만 이것이 추세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단 얘기다.

우리나라 수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외국인들이 봤을 때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고려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기준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9배로 2015~2017년에 나타났던 0.87배에 비해 14% 높은 상황이다. 당시엔 PBR 1배를 하회하는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되기도 했다. 하 연구원은 “블룸버그 기준의 PBR 관점에선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 수준은 아니고 현재와 같은 수준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내 투자자들은 에프엔가이드 등이 제공하는 테이터로 PBR 등을 보기 때문에 코스피가 역사적 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외국인은 현재 코스피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외국인의 순매수도 신흥국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까지 동반 수혜를 입은 경우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계속적인 자금 유입세는 제한적이란 전망이다.

하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완화적인 스탠스 및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등에 의해 위안화가 소폭 절상됐지만 무역갈등 리스크 영향에 위안화 방향성이 추세적 흐름으로 나타나진 않고 있다”며 “터키 리라화는 또 다시 약세 흐름이고 아르헨티나 페소화도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터키 은행 20여개의 신용등급 강등, 아르헨티나 기준금리 60%까지 인상 등으로 불안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단 평가다.

하 연구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 불확실성, 신흥국 불안 지속은 국내 증시에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입이 추세적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