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편의점&] CU·GS25, ‘소다·빵·우유’에 ‘수박DNA’를 심다...맛은?

by박성의 기자
2017.08.19 22:42:24

수박크림빵, 투박한 외모에 가려 과소평가된 맛
수박우유, 메로나를 녹인 듯한 인공적인 달달함
수박소다, 수박향 잘 살렸지만 청량감 아쉬워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나는야 수박이 좋아. 시원해서 수박이 좋아. 팥빙수도 물론 맛있지만, 나는야 수박이 좋아. 입안에서 발사되는 로켓트포에, 모두모두 도망을 가고. 친구와 한바탕 장난을 치고 나면, 온 방안이 수박씨들로. 나는야 수박이 좋아.’

동요 ‘수박송’의 가사다. 그렇다. 어린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듯, 수박은 좋은 과일이다. 제아무리 별난 빙수들이 판을 치고, 한입 물고 웃음이라도 터뜨렸다가는 로켓처럼 씨앗이 발사돼도, 수박은 분명 여름 과일의 왕이다. 이 뜨거운 인기 덕분일까. CU와 GS25가 수박의 ‘DNA’를 옮겨 심은 기괴한 상품을 진열대에 올렸다. CU는 빵과 우유에 수박을 심었고 GS25는 탄산음료에 수박을 담았다.

CU에서는 ‘수박크림빵’과 ‘수박우유’를 내놨다. 기껏해야 수박맛 아이스크림 하나 있던 편의점 ‘수박시장’에 참신하고도 해괴한 도전장을 던졌다.

CU의 수박크림빵. 수박의 초록줄까지 표현한 외형이 눈길을 끈다.
눈길을 사로잡은 건 수박크림빵이다. 여타 수박 관련 상품이 수박의 색(色)만 입히는 데 충실했다면, 수박크림빵은 외형부터 수박의 데칼코마니다. 그래서 ‘비호감’이다. 자고로 빵은 탐스럽고 부드럽고 촉촉해 보이는 탐스러운 비주얼이 주는 ‘보는 맛’이란 게 있다. 그런데 이 빵은 그런 게 없다. 정말 수박 같다. 그래서 투박하고 딱딱해 보인다. 너무 닮고 싶었던 나머지 수박의 초록색 줄까지 그어 놨다. 이 정도면 창의의 ‘투 머치’(too much)다.

수박크림빵에는 수박향이 첨가된 크림과 수박씨를 닮은 초콜릿이 들어있다.
기대감 없이 한입 베어 물었다. ‘응?’ 먹자마자 머릿속에 물음표가 뜬다. 오묘하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이 기괴한 크림빵은 생각보다 맛있다. 아니, 웬만한 제과점 크림빵보다 낫다. 수박씨를 재현해 빵 속에 숨겨둔 초콜릿마저 조화롭다. 베트남산 수박주스(0.25%)와 수박향 합성항료(0.19%)가 첨가됐는데, 이 소량의 재료가 크림에 섞여 실제 수박 특유의 향을 잘 살려냈다. 가격은 1500원이다.

CU의 수박우유. 뚜껑부터 포장까지 수박의 색을 잘 살려냈다.
다음은 ‘수박우유‘. 일단 겉모습은 앙증맞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용기는, 수박의 초록빛깔을 잘 담아냈다. 다만 맛은 살짝 아쉽다. 수박농츱과즙 0.52%가 들어갔다는데, 굳이 표현하자면 아이스크림 ‘메로나’를 녹인 맛이 난다. 사실 눈을 감고 마시면 어디서 수박향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단지 아이들이 좋아할 만큼 부드럽고 달달하다. 가격은 1300원이다.

GS25는 자체브랜드(PB) 상품 ‘수박소다’를 내놨다. 특징이라면 국내산 농가가 생산한 수박만을 쓴다는 점이다. 소다에는 수박착즙앱 5%가 함유됐으며, 이름그대로 소다 탄산음료다. 톡 쏘는 청량감을 자랑하는 탄산과 시원한 냉감을 지닌 수박은 꽤 잘 어울리는 조화다. 수박의 씨까지 표현한 병의 생김새도 유쾌하다. 그래서 꽤 구미가 당기는 상품이다.

마른 갈증을 느끼던 차에, 꼴깍꼴깍 소리까지 내며 마셔봤다. 일단 수박소다는 맛있다. 그만큼 수박의 단 맛을 잘 살렸다. 마치 아이스크림 ‘수박바’의 빨간 부분을 녹여낸 맛이 난다. 그런데 이 달달함이 탄산을 만나니, 서로의 장점을 다소 상쇄시킨 느낌이다. 달달함은 청량감에 희석된 탓에 묽어졌고, 청량감은 달달함에 눌려 반감됐다.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한 마리도 못 잡을 수 있다. 가격은 500mL 병이 135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