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CF2011]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을 마치고

by포럼사무국 기자
2011.11.10 10:41:54

[이데일리 포럼사무국]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제3회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Asia Economic Community Forum; AECF)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금년에는 “부상하는 신세계질서: 아시아경제공동체에 위기인가 기회인가?”라는 주제로

▲ 박제훈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사무총장
조셉 보렐 유럽대학(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총장과 정운찬 전 총리가 기조연설을 하였다. 특히 보렐 총장의 연설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존폐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유럽의 최고전문가의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본질적으로 민간부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유로존 내의 국가 간 불균형 발전을 근본 모순으로 보면서 재정적 여력이 있는 나라들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을 제안하였다.

 3일 간 세 개의 총회와 다섯 개의 특별 세션이 개최되어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진행되었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유럽연합의 위기가 아시아 지역통합에 주는 교훈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대부분 유럽의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유로존의 해체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아시아에 주는 교훈으로서는 유럽모델을 답습해서는 안 되며 아시아만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이 많이 지적되었다. 동시에 아시아개발은행의 이완 아지스 박사처럼 아시아가 지역통합을 꼭해야 되는지 짚어 보아야 한다는 회의론도 있었지만 대부분 통합의 필요성과 당위성에는 동감을 표시하였다.

 마지막 날 정리세션에 이어 금년 포럼의 총 결산으로 아시아헌장 제정 선언(Declaration on the Establishment of the Asia Charter)이 채택되었다. 아시아헌장은 21세기 아시아시대를 맞이하여 아시아가 나아갈 길, 비전 및 목표, 가치 등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시킬 구체적인 방안과 수단 등을 규정하는 것이다. 본 선언은 2009년부터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이 채택한 각종 선언의 정신을 요약하면서 헌장을 제정하기에 앞서 헌장 제정에 필요한 6 개항의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특히 아시아는 어디인가와 우리는 아시아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이어 아시아주의는 무엇인가에서 미래 아시아공동체의 모습이 제시되었다.

 우선 공동체는 다른 지역이나 공동체에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되며 열린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 내부에서도 작은 나라들의 의견도 존중되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그간의 다른 지역 공동체가 경제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면 아시아 공동체는 무엇보다도 각 국가나 지방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기초로 하여 이를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경쟁과 효율 일변도가 아닌 협력과 형평 등의 가치를 같이 배려하는 조화된 중용의 경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들이 지적되었다.



 그 다음으로 왜 공동체가 필요한가? 공동체가 가능한가에 이어 마지막으로 어떻게 공동체를 구축할 것인가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었다. 우선 한국이 조정자 역할을 하는 동북아 시스템과 아세안이 조정자 역할을 하는 ASEAN+ 시스템의 두 개의 하부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는 아시아 통합의 추진 메카니즘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 메카니즘은 기존의 ASEAN+3를 축으로 호주나 뉴질랜드, 인도 및 미국 등 태평양 및 인도양 등 해양을 통한 통합 지역의 확대를 꽤하는 지역통합 전략인 "남방트랙(Southern Track)"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한중일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스템이 아시아의 북방 국가들 즉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러시아 등에 연결되는 유라시아 로드를 통한 통합전략 즉 “북방트랙(Northern Track)"이 제시되었다.

 두 메카니즘 모두 한중일이 중요한 핵심 국가군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최근의 한중일 정상회담의 정례화와 상설 사무국의 설치는 큰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마침 프랑스 칸느에서 개최된 G20정상회담이 별 큰 성과 없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미국과 유럽 선진권의 글로벌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쇠퇴는 아시아 통합이 지향하는 아시아공동체가 어떠한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켜주었다. 지역통합을 넘어 새로운 문명 대안의 모색까지 하게 하는 문명사적 과제가 포럼의 장기 과제의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제훈 (인천대 교수,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