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通했다` SK에너지, 휘발유·경유 가격인하

by전설리 기자
2011.04.03 19:32:47

(종합)오는 7일부터 3개월간 전국 SK주유소서 ℓ당 100원씩 할인
GS칼텍스 등 나머지 정유사들도 동참할 듯

[이데일리 전설리 기자] SK에너지가 전국 SK주유소의 휘발유,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한다.

▲ (사진=한대욱기자)
SK에너지는 오는 7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국 SK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같은 가격 인하는 전국 4544개 SK주유소에서 오는 7월6일까지 3개월간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국 SK주유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주유금액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ℓ당 1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한 금액 중 SK가 ℓ당 100원을 카드사에 대신 지급하고, 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이를 제외한 금액만큼 청구하는 방식이다. 모든 종류의 신용카드에 해당되며 기존 신용카드 할인 혜택이 있다면 SK에너지가 제공하는 할인이 추가로 적용된다.
 
신용카드가 없는 고객은 ℓ당 100원을 OK캐쉬백 포인트로 돌려받아 현금처럼 사용 가능하다. OK캐쉬백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은 현장에서 즉시 엔크린보너스카드를 발급받아 적립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그러나 신용카드 할인의 경우 전산 시스템 구축이 2주 가량 소요돼 적용이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산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는 OK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해 준다는 방침이다.

SK에너지는 "불안정한 중동 정세와 일본 지진에 따른 파급 효과로 국내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고유가로 인한 국민 고통을 분담하고, 정부의 물가 안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손실을 감안한 이번 가격 할인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SK에너지가 이번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하로 입을 손실액은 수 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손실을 감수하고도 가격 인하를 단행한 것은 `고유가 시대에 제 배만 불린다`는 비판적인 여론과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 때문. SK에너지는 비판 여론과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앞서 지난 2월에도 서민용 난방유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는 지속적으로 정유사들를 압박해왔다. 지식경제부와 기획재정부는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3개월여 동안 가격 비대칭성과 결정구조 등을 들여다봤다. 특히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자신이 회계사 출신이라면서 "기름값 원가를 직접 계산해보겠다"고 나섰고, 최근 한 포럼에서는 "이익 나는 정유사들이 성의 표시라도 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정부의 압박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국내 4대 정유사에 원적지 관리 등의 담합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발송, 과징금 폭탄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정유사 과징금 폭탄 맞나`..공정위, 담합 심사보고서 발송)
 
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가격 인하를 결정함에 따라 GS칼텍스, 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업체들도 조만간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에너지의 가격 인하로 SK주유소 가격이 떨어지면 나머지 정유사들과 거래하는 주유소들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최 장관은 SK에너지의 가격 인하에 대해 즉각 환영 논평을 냈다.

최 장관은 이날 정만기 지경부 대변인이 발표한 입장을 통해 "고유가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에너지의 가격 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고통분담과 상생의 정신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