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카드大戰]②가열되는 경쟁..지각변동 `예고`
by김국헌 기자
2010.12.28 10:32:02
점화된 경쟁..KB·하나 `힘의 균형` 깰까
모바일카드 주요 변수..경쟁 본격화 전망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내년 신용카드업계의 화두는 지각변동이다.
카드업계는 지난 2002년 국가경제를 뒤흔든 `카드사태` 이후 외형 위주의 과당 경쟁을 경계해 왔지만 내년에는 이를 장담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카드사업 분사가 임박한데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로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같은 계열사로 묶이게 된다. 특히 SK텔레콤과 KT 등 주요 통신사들이 카드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모바일카드 시장 선점을 둘러싼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 ▲ 전업계 카드사 6개사의 신용카드 이용실적. 작년 말 현대카드가 이용실적에서 삼성카드를 제치면서 2위 논쟁을 일으켰다. 자산 규모로는 삼성카드가 2위인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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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까지 카드업계는 신한카드가 독주하는 가운데 현대, 삼성, KB가 뒤를 따르는 `1강3중 구도`였다.
그러나 `카드사태`로 인한 대규모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은행 안으로 몸을 숨긴(합병) 은행계 카드사들이 또다시 분사를 통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기세고 이동통신사들이 카드사업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이러한 힘의 균형이 깨질지 주목되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이 내년 3월께 KB카드를 분사할 예정이다. 민영화 전개상황에 따라 좌우되겠지만 우리금융도 우리은행의 카드사업 분사를 검토해 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에 대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합병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과 우정사업본부도 카드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농협은 독자 브랜드 `채움카드`를 병행하는 과도기적 체제를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카드사업을 분사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틀에 묶여 있던 은행계 카드사들이 분사하게 되면 경쟁은 자연스럽게 뜨거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휴대폰과 신용카드가 결합한 모바일카드는 카드업계 지각변동의 또 다른 변수다. 모바일카드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통신사들은 모바일카드 시장을 염두에 두고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은 하나은행과 손잡고 지난해말 하나SK카드를 출범시켰다. 하나SK카드는 모바일 카드를 만들 수 있는 터치카드 가입자 50만명을 확보했다.
KT는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과 양해각서(MOU)를 통해 비씨카드 지분 35%를 확보했다. KT는 비씨카드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자사 통신망과 비씨카드의 결제망을 활용해 새로운 카드 프로세싱 업무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독자 또는 제휴 형태의 카드사업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바일카드 가맹점과 결제기기 미비로 모바일카드 기반이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반만 마련되면 모바일 카드로 이동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실제로 통신사들은 휴대폰 결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출시하고 있다. 노키아는 내년에 내놓을 모든 스마트폰에 결제 기능을 지닌 근거리무선통신(NFC)칩을 내장하기로 했고, 구글도 안드로이드 2.3 버전부터 NFC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갤럭시S 결제폰을 출시했다.
모바일카드 시장이 성숙하길 기다렸던 전업계 카드 선두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한카드는 내년중 NFC 모바일카드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둔 삼성카드(029780)는 시장만 형성되면 언제든지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상태. 현대카드, 롯데카드 등도 모바일카드를 몇 종씩 선보이며 시장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불습관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겠지만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는 불가피하다"며 "모바일 카드가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