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민재용 기자
2010.08.13 11:10:06
채권단 "리스크 있는 기업에 조단위 매물팔기 쉽지 않아"
[이데일리 좌동욱 민재용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 표명한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기업재무구조개선약정(MOU)을 맺지 않고 현대건설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MOU 미체결로 인한 기업 재무리스크가 인수 기업을 평가할 때 커다란 감점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작업에 착수한 터라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13일 "현대그룹이 MOU를 체결하지 않는다고 해도 현대건설 매각 입찰 자격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 재무 상황이나 자금 조달 불확실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인수기업의 재무 상황은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라며 "파는 사람 입장에서 자금조달 등 기업 재무상황에 불확실성이 있는 기업에 조단위의 매물을 팔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이 MOU를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설 경우 인수자 선정 기준 과정에서 커다란 감점요인이 된다는 의미다.
현재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차그룹이 금융권 자금조달 없이 인수전에 나설 수 있는 반면 현대그룹은 인수자금의 상당부분을 외부차입이나 재무적투자자(FI)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현대그룹이 인수 경쟁사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확실한 자금조달 계획이 없을 경우 사실상 현대건설 인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법적소송까지 제기하며 MOU 체결을 결사 반대하고 있으며, 채권단은 이에 맞서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만기도래하는 대출금을 연장하지 않는 등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017800)터와 현대상선(011200) 등 현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공개매각 절차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발표, MOU를 맺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채권단이 보유한 현대건설 지분 인수가격은 3조~4조원대"라며 "이미 그룹내 1조원대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 주가를 6만원으로 따져 계산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30% 보탤 때 현대건설 인수가격은 3조원, 50%시 3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오는 10월 현대건설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 접수,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연말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