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영효 기자
2009.07.28 11:00:14
`만능통장` 주고객 `엄마` 잡기위해 아내가 나서
자기실적 아내에 몰아주는 `외조의 왕`도
[이데일리 정영효기자] `내조의 여왕` 출동 대기!
최근 기업은행원들 사이의 유행어다. 기업은행(024110)이 `만능청약통장`이라 불리는 주택청약저축 유치를 위해 직원 1인당 목표 할당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하반기 주택청약저축 50만좌 신규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상반기 주택청약저축 유치 경쟁을 벌였던 우리 신한 하나 농협 기업은행 가운데 하반기에도 `영업 드라이브`를 거는 은행은 기업은행이 유일하다.
`내조의 여왕`이란 말은 주택청약저축의 주 대상 고객이 기존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고객, 미성년자라는 특성에서 나왔다.
자연 자녀의 통장 가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엄마들`을 상대로한 영업이 먹혀들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정작 목표를 할당받은 은행원(남자의 경우)보다 은행원의 부인이 영업전선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김 아무개 기업은행 과장은 "친지와 친구 등 아는 인맥을 다 동원했지만 아내가 처가와 동창생, 딸과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엄마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며 "대부분의 직원들이 채운 실적의 절반 가량은 아내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의 위세 앞에 초라해지는 것은 독신 은행원들이다. 이들은 자체 인맥 또는 기껏해야 부모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독신 은행원들은 자신들이 제일 불행한 존재는 아니라고 말한다.
바로 자신이 유치한 고객까지 아내에게 몰아줘야 하는 `외조의 왕`들이 있기 때문. 부부가 모두 기업은행에 다니는 `기은 커플`이 그들이다.
김 아무개 기업은행 계장은 "특히 남편이 본점에 있고, 아내가 목표량이 많고 인사고과에 더 많이 반영되는 지점에 있는 부부의 경우 남편이 유치한 실적은 죄다 아내에게 몰아준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유독 주택청약저축 유치에 적극적인 것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신기반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대출의 70%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해야하는 국책은행이자 민영화에 대비, 홀로서기도 준비해야 하는 기업은행의 특수성이 낳은 `슬픈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