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진의 Tour & Culture)한국 국가 브랜드, 어떻게 높일 것인가? ②

by정장진 기자
2009.01.13 10:55:00

[이데일리 정장진 칼럼니스트] 브랜드는 한 개인이나 기업의 것이든 국가의 것이든, 부분과 전체의 조화 속에서 형성되고 유지된다. 문화가 전체라면 고급 문화와 대중 문화는 부분이다. 역사가 전체라면 과거, 현재, 미래는 부분이다. 한반도가 부분이라면 아시아와 세계는 전체다. 이 부분과 전체의 조화가 어긋나면 윤리적으로 위선이며, 기업은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 된다. 과거를 부정하거나 미래의 비전이 현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일 때 브랜드는 물론이고 국가 정체성마저 위험에 처할 것이다.

브랜드는 이렇게 부분과 전체가 연결되어야 하며 동시에 연결 고리의 안과 밖 역시 통일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부분과 전체, 안과 밖이 서로 의미하고 보강해 주는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만 하는 것이다. 포도주와 요리, 아우토반과 자동차, 고대 신화 속의 비너스와 마릴린 먼로, 구원의 여인과 현대의 미인 등이 어울려야 이미지가 형성되고 설득력을 지니며 오래갈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을 알리는 구호들이나 이미지는 대부분 실패작들이다.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 중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것이 있다. 중국과 일본만큼 알려지지 않은 은둔의 국가였던 옛날 한국의 이미지이다. 옛날에는 모든 나라의 아침이 다 조용했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 나라의 아침은 조용하지 않다. 특히 한국의 아침은 출근 전쟁터다. ‘모닝 캄Morning Calm’과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 혼란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어떤 이미지로 외국에 알려져 있을까? 아니 그 전에 한국의 실체는 무엇인가? 아직도 6.25전쟁, 군사 쿠데타와 군사 독재의 나라로 알고 있는 외국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경우 한국의 이미지는 아프리카나 남미에 있는 한 나라 정도밖에는 안 된다. 물론 요즈음은 많이 나아졌다. 그래서 냉전의 마지막 산물로 같은 민족이 대치하고 있는 분단국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번번히 취약성을 드러내는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 강국에 둘러싸여 늘 불안해 해야 하는 약소국이 되었다. 외국 경제신문들이 자극적인 기사로 한국을 폄하하곤 했다. 누군들 기분이 좋겠는가마는, 잘못된 사실에 근거해 기사를 썼다는 반박도 해야겠지만, 한국이 어떻게 외국에 인식되고 있는지를, 즉 한국의 이미지를 되돌아 볼 소중한 기회다.

어쨌든 분단국가, 수출 의존형 경제 구조, 약소국, 아마도 이런 이미지들이 보통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의 이미지들이고 서글프지만 우리도 인정할 수 밖에 한국의 이미지이자 나아가서는 어느 정도는 한국의 실상이기도 하다.

위의 세 가지가 한국의 이미지이고 실체라면,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는 어떻게 설정을 해야 하고 어떻게 알려야 할 것인가? 여기에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고민다운 고민을 해야만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몇몇 브랜드의 상품들이 종종 외국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아니라 다른 나라 브랜드로 인식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은 결코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제품이 국가 이미지의 득을 봐야 정상일 텐데, 오히려 거꾸로 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한 독일인은 한국에서 근무를 하며 생각보다 활동적이고 창의적인 한국인들이 이상하게 외국에는 잘못 알려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외국인이 한 말을 다 믿을 것은 못 되지만, ‘하이 서울’, ‘스파클링 코리아’, ‘소울 오브 아시아’ 등은 그 독일인이 지적했듯이, 별로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의 지자체끼리 경쟁할 때나 쓰면 딱 좋을 구호들이다. 홍보가 덜 되어서인지 아니면 한국이 실제로 그래서인지, 사실 한국은 외국에 덜 알려져 있고 때론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현상은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치른 한국이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며 세계 13대 경제대국인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도 썩 어울리는 현상은 아니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햄머를 내려치고 허리에 자일까지 묶고 있는 의원들 사진이 외국 언론에 실리면 조금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햄머까지 동원한 것은 지나친 일이었지만, 어느 나라 국회든 욕설과 몸싸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촛불 시위를 한다거나 붉은 머리띠를 둘러맨 채 시위를 하는 장면도 꼭 국가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장면만은 아니다. 프랑스는 물론이고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이 나라들을 여행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파업 천국이다. 시위는 한 국가와 사회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민주주의가 그 만큼 발전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위원회를 또 만드나 싶기도 하지만, 기존의 국가 이미지위원회를 폐지하고, 2009년 1월 중순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다문화’와 ‘글로벌 경쟁력’에 역점을 두고 국가브랜드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지와 브랜드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는 의심스럽지만 전 정부와 이번 정부 모두 밖으로 드러나는 외형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어 다행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는 “해외 홍보도 좋지만 우리 국민의 글로벌 시민의식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데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누리꾼 중심의 외국인에 대한 반감이 일부 국가에서 혐한증(嫌韓症)을 불러오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만성적 임금체불이나 국제결혼 가정 내의 폭력 등이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해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위원회 산하에 ‘글로벌 시민의식 고양’, ‘다문화 사회 지원’, ‘한류 확산’ 등의 분과위원회가 설치된다. 이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문제를 개선하고 외국인을 위한 생활환경 및 비즈니스 환경 조성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외국인의 인권 그 자체보다도 대외 이미지 때문에 외국인들을 배려한다는 것이 앞뒤 순서가 뒤바뀐 것 같아 석연치 않지만,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진정으로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은 한국인이라는 민족 개념에 대한 정의일 것이다. ‘글로벌 시민의식 고양’이나 ‘다문화 사회 지원’은 어느 정도 성과도 있겠지만 관주도의 일시적인 정책이나 운동으로 성과를 거두기 힘든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헝가리 이민 2세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역시 아버지가 흑인인 사람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임에 틀림없다. 베트남 여성을 어머니로 둔 아이가 30년 후에라도 한국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재일교포가 일본 총리가 되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티베트인이 중국 주석직에 오를 수 있을까?



앞서 부분과 전체의 조화, 안과 밖의 유기적인 통일성을 브랜드 형성과 유지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모닝 캄과 다이나믹 코리아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한민족이라는 정체성과 세계화 역시 서로 모순될 수 있는 개념들이다. 부분과 전체의 조화, 안과 밖의 유기적인 통일성 이외에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다름 아니라 브랜드에는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것 등 여러 종류가 있다는 점이다.

정책과 운동을 통해 개선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 몇 세기 동안 축적되고 관리된 이미지들로 형성된 것도 있다. 두바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우가 정책과 운동을 통해 비교적 단기간에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린 사례가 될 것이다.

▲ 싱가포르
▲ 싱가포르 야경
 
사막을 허브로 바꾼 사례가 두바이라면, 너무 작은 도시국가여서 타국의 공군기지를 임대해서 사용할 정도임에도, 선진국이며 공무원들의 청렴도도 높은 데다 거의 완벽하게 세계화 된 국가가 싱가포르다. 물론 국민들이 참으로 많은 인내를 했을 것이다. 또 언제나 위기가 닥칠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요즈음 두바이는 경제 위기 때문에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도 있다. 싱가포르 역시 길거리에서 침 한번 뱉거나 담배 꽁초나 껌을 뱉으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만 하는 나라다. 거리에 침을 뱉는 것은 물론 잘못된 행동이지만 벌금까지 물리는 것 역시 제대로 된 정책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은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 두바이 야경 (두바이관광청)

▲ 버즈 알 아랍 호텔 (두바이관광청)
두바이와 싱가포르가 단기적으로 국가 브랜드를 끌어올린 사례라면, 패션과 문화 예술의 나라라는 프랑스의 이미지는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결과의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부터 “프랑스 인들은 옷을 잘 입는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금도 발음도 쉽지 않은 ‘똥’자 돌림의 유명 브랜드들은 거의 모두 프랑스제들이다.
 
강남에 사무실이 있어 강남 거리를 자주 걷게 되는데, 한번은 아이들 기저귀 가방 같은 똑 같이 생긴 프랑스제 가방을 세 여인이 모두 어깨에 둘러매고 가고 있었다. 어찌나 상스러워 보이는지……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학술적 접근, 상업적 접근 그리고 국제 정치 역학적 접근 등 많은 고민을 하고 연구를 해야 한다. 제발 즉흥적으로 단기적으로 하려고 덤벼들지 말기 바란다. 헛돈만 쓰고 만다. 한민족이라는 민족 정체성도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고 교과서 등을 통해 장기간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한민족이라는 개념에 앞서 ‘인간 그 자체’에 대한 질문과 답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한국도 두바이나 싱가포르처럼,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아이디어도 짜내야 한다. 그런 종류의 아이디어 중에 비무장 지대를 활용하는 것을 한번 고려해 볼만하다. 한국의 비무장 지대를 평화 지대로 바꾸어서 하나의 브랜드화 하는 것인데,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비무장 지대가 생태계의 보고라고 하니 환경이나 그린 정책과도 연결이 쉬워 보인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도 아니고 정부 차원에서 준비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지난 60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공간으로서 비무장 지대는 아프리카나 아마존의 정글 같은 천혜의 자연 지대가 아니다. 바로 여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인간이 살았다가 발길이 끊어진 뒤 자연이 어떻게 회복되는 지를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 회복된 자연의 환경 가치를 극대화시켜서 비무장 지대라는 또 다른 특성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생태 지구가 아니라 생태 회복지구로, 비무장 지대가 아니라 평화 회복지대로 선포하고 냉전 박물관과 냉전 연구소 같은 시설과 기관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작업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한국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군사 독재 체제를 상징하는 여러 물건들도 미리미리 수집을 해놓아야 한다. 지금 북한으로 날아가는 삐라와 풍선도 나중에는 구하기 힘들어진다. 늘 나오는 분단의 상징인 “달리고 싶다는 철마”도 보존 가치가 있어서 이미 보존처리를 끝내고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높은 안목에 칭찬을 하고 싶고 후원을 한 기업과 보존 작업을 맡으신 이들의 수고도 대단했을 것이다. 철마 속에서 자란 나무를 그대로 기념식수로 사용한다고 하니 감동적이다.

철마만이 아니라 구멍 뚫린 철모도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다. 김일성 밷지, 한 손을 높이 쳐들고 멀리 기아선상을 가리키고 있는 김일성 동상, 북한의 정치 선전 간판 등 우상화 도구들도 체계적으로 수집해 놓아야 할 것이다. 당장은 수집이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똥도 찾으면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반공 이데올로기에 대한 면밀한 연구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6, 70년대 공산당을 뿔 달린 괴물로 그린 반공 포스터는 지금 한 장도 남아있질 않다.

이러한 시각적 유물 수집과 비무장 지대의 생태와 평화 회복 공간으로서의 선언이 부분이고 밖이라면, 이 작업은 한국 근대사와 한국 근대사를 휘저어놓은 세계사에 대한 연구라는 전체이자 안에 해당하는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 방면의 연구를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양성되어야 내실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대동아 공영권의 미망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연구도 절실하다. 한국 전쟁과 일본 침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웃을 잘 만나야 되는데, 일본은 참으로 고약한 이웃이다.


하지만 비무장 지대를 생태 회복 공간과 평화 지대로 브랜드화 할 때 건물이나 몇 채 짓고 하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러한 공간과 이미지 선포가 안이고 부분이라면, 이와 함께 국제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합을 모델로 한 아시아 연합체 같은 새로운 아시아의 정치 패러다임을 제안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한국의 정치가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싸움질만 하질 말고. 비전 좀 갖고 정치를 하길 바란다. 한복 입고 수염 기른 채 길길이 나대면 다음 선거에서 표는 좀 얻겠지만, 정치가라면 한국을 아시아 속에 넣고 고민하는 모습 같은 것도 좀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이는 DMZ의 생태, 평화 회복 브랜드화 작업과 맥을 같이 하는 통일성 있는 선언이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의 브랜드에 안과 밖, 부분과 전체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마지막 작업이 될 것이다. 긴 세월이 필요할 것이고 또 한국의 국가 브랜드만을 위한 일도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가들이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은 의심을 받기 쉽고 또 의심을 살만한 나라이고, 중국 역시 엄청난 땅덩어리와 인구로 인해 의심을 받기 쉬운 처지에 있다. 한국이 적격인 것이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다시 겪을 수 없다는 역사 인식이 유럽 통합의 원동력이었다. 최근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군비 확장은 극동 3개국이 얼마나 천박한 역사 인식을 하고 있는지를 일러준다. 일본은 단 한번도 지나간 과거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은 나라다. 한국이 가르쳐야 될 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한국 역시 외국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브랜드도 중요하고 한류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한국을 알려야 하고 우리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진솔한 경험을 세계화 해야 한다. 전쟁과 분단, 냉전 그리고 같은 민족끼리의 극한 대치라는 비극을 역으로 한국의 브랜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일이 지구상에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한국인들의 입에서 나올 때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찾기 같은 것도 인도주의의 한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때 여의도에 붙어있던 한 맺힌 대자보를 누군가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오직 한국만이 경험할 수 있었던 이 비극을 한국인들만의 것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경험의 한 부분으로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유대인 영화 감독들이 만든 수많은 영화들이 유대인 학살을 보편적인 인류에 대한 범죄로 인식하게 한 과정을 연두에 둘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이다. 흑백의 우울한 톤을 가로지르고 갑자기 나타난 분홍 옷을 입은 한 여자 아이의 모습은 상징적이었다. 그런 유대인들이 지금은 어린 아이들을 죽이고 있지만.

국가마저 단선적인 사고로 주식회사처럼 행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일을 국가가 하지 않으면 누가 주체가 되어 하겠는가? 비무장 지대 활용이 단기적인 브랜드 형성 작업이라면, 유럽 연합에 버금가는 아시아 연합 선언은 한국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들 중 하나로 장기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국가 브랜드 끌어올리는 작업을 구호나 안내 책자 만드는 일로 착각을 해서는 안 되며, 홍보 위주로만 진행해서도 안 된다. 작고 큰 일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