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인질석방 촉구"…이스라엘 예술가, 베네치아 비엔날레 전시 거부

by이윤정 기자
2024.04.17 09:24:31

베네치아 비엔날레 이스라엘관 문 닫혀
"휴전 이뤄지면 전시관 열 것"
페드로사 예술감독 "용기 있는 결단"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작가가 휴전을 촉구하며 전시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오는 20일 개막을 앞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이날 언론에 사전 공개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스라엘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미술관에 부착된 안내문에는 “이스라엘관의 작가와 큐레이터는 휴전과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지면 전시관을 열 것”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 미술관은 비디오 설치작품 ‘(M)otherland’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문 닫힌 베네치아 비엔날레 이스라엘관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관 전시를 담당한 작가 루스 파티르는 “인질 가족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이스라엘 공동체와의 연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큐레이터들과 함께한 성명에서는 “예술은 잠시 멈춰 기다릴 수 있다”며 “하지만 지옥 속에 살고 있는 여성과 어린이들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가와 큐레이터들은 이번 전시 중단 결정을 이스라엘 정부에 미리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베네치아 비엔날레 예술전의 예술감독을 맡은 브라질 큐레이터 아드리아노 페드로사는 이 같은 결정을 “매우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페드로사 감독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현명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이 개막하기 전부터 행사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량학살 반대 예술 연맹(ANGA)은 지난 2월부터 이스라엘의 전시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였다. 이 청원 운동에는 예술가, 큐레이터, 문화계 인사 등 수만 명이 서명했으나, 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며 일축했다.

한편 1894년 시작돼 올해로 제60회를 맞은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 행사다. 그중에서도 나라별 전시관은 각국 미술의 현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