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견뎌온 왕관의 무게..'크라운' 잘 달리네 [시승기]

by손의연 기자
2023.06.11 16:51:50

2.5L HEV·2.4L 듀얼 부스트 HEV 출시
각각 연료 효율성과 주행성능에 초점 맞춰
세련된 디자인..토요타 떠오르지 않고 미래지향적
가격 고려했을 때 수동식 트렁크 등은 아쉬워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토요타의 대표 플래그십 ‘크라운’은 브랜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모델이다. 일본이 과거 해외 협력을 얻으면서 자동차를 만들던 시기, 토요타는 독자 기술만으로 크라운을 완성시켰다. 이후 크라운은 69년간 역사를 이어오며 토요타 모델 중 가장 오래 지속된 승용차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손의연 기자)
토요타의 자존심과 같은 크라운은 최근 들어서 젊은 층에 외면받기 시작했다. 이번에 출시한 16세대 크라운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토요타의 고민과 노력을 담고 있다. 크라운은 크로스오버, 세단, 스포츠 및 에스테이트 등 총 4가지의 타입이 공개됐는데 현재 크로스오버만 나왔다.

지난 9일 크라운을 타고 강원도 정선에서 강릉까지 왕복 150km 정도를 주행했다. 국내에선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한 2.5L 하이브리드(HEV)와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느낄 수 있는 토요타 최초의 2.4L 듀얼 부스트 HEV 등 2가지 파워트레인이 출시됐다.

이날 처음 마주한 크라운의 디자인은 세련되고 날렵해 ‘토요타’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느낌과 거리가 멀었다. 실물로 보니 차량의 전면, 측면, 후면부의 볼륨감이 입체적으로 느껴져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일자형 LED 테일램프가 적용돼 차량의 뒷모습도 크고 깔끔하게 다가왔다.

차량 전체적으로 전면부부터 후면부까지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크로스오버 형태를 취하면서 차체가 높아졌는데, 전면부는 묵직하게 공격적인 느낌을 살려냈다. 주간 주행등이 수평으로 가로지르면서 날렵한 느낌을 가미한다. 왕관 모양의 엠블럼도 포인트로 어우러졌다. 토요타가 내세운 ‘해머헤드(Hammer Head·귀상어)’ 디자인을 차량 형태에 맞게 잘 적용한 모습이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손의연 기자)
국내에서 일본차의 대표적 단점으로 지적받는 내장도 개선된 모습이었다. 일본 내수 시장을 위한 차였던 크라운이 이번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한 만큼 현대적인 인테리어에도 신경 쓴 느낌이다. 12.3인치 대형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조작 편의를 높였다. 그러면서 자주 쓰는 기능은 물리버튼으로 빼고, 기어봉 조작 방식으로 실용성을 더했다.



인상적인 건 시트와 마감 상태였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시트가 몸을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 들었다. 또 문 가장자리 등 마감 상태가 매우 꼼꼼하고 매끄러웠다. 2열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머리와 다리가 부딪히지 않도록 설계된 시트와 도어 디자인도 돋보였다.

다만 요즘 나오는 차량 대부분이 전동식 트렁크인데 반해 크라운은 수동식 트렁크 방식이라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지 않을 듯했다. 트렁크공간은 크로스오버의 장점을 살려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하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손의연 기자)
2.4L 듀얼 부스트 HEV와 2.5L HEV이 각각 지향하는 바가 다른 만큼 주행감은 차이가 컸다.

2.4L 듀얼 부스트 HEV는 가감속이 빠르고 매끄러워 ‘운전의 재미’를 제대로 냈다.2.4L 듀얼 부스트 HEV는 가솔린 터보 엔진과 모터, 6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퍼포먼스 주행에 특화된 E-4 어드밴스드 액슬 덕에 이전 시스템보다 후륜에 더 강한 구동력을 전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코너에서 가속 시 뒷바퀴에서 전달되는 힘이 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코, 노멀, 스포츠S, 스포츠 S+, 커스텀 등 드라이브모드를 6가지나 넣은 것에서도 주행에 특화한 차량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고속에선 풍절음이 다소 느껴졌다.

2.5리터 HEV 모델은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이 흡족했다. 효율적인 연비를 내는 데 주력했다는 설명이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7.2km에 달한다. 다만 이날 시승시간이 다소 짧고, 험난한 구간이 많았던 탓에 실제 연비는 리터당 14.2km 정도를 기록했다.

차량 자체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가격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개별소비세 3.5%)은 △2.5리터 HEV 5670만 △2.4리터 듀얼 부스트 HEV 6480만원이다.

토요타 크라운 (사진=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