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수용에 주한미군기지 검토…왜?
by장영은 기자
2021.08.22 14:28:13
아프간 피난민 3만~4만명 남아…현재 수용시설 포화
미국내 군기지에 피난민 수용 확대하고 제3국도 검토
민간항공기 투입해 피난민 수송에도 속도낼 듯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 피난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장악 후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는 아프간에서 민간인들을 조속히 대피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다.
| 아프간 피난민들이 카불 공항 근처에서 미군 항공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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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에서 피난 온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자국 내 미군 기지를 확충하거나 제3국에 있는 미군 기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프간과 비교적 가까운 피난민 수용 기지들이 급속하게 과밀화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미국측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아프간 전역을 장악하면서 피난민을 대피시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우선 바이든 정부는 민간예비항공운항(CRAF)을 적용해 최대 5개 항공사에 약 20대의 상업용 항공기를 아프간에 투입하도록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카타르·바레인·독일 미군기지에 발이 묶인 수천명의 아프간인 등을 빠르게 미국과 제3국으로 실어나르기 위해서다.
주한미군기지가 피난민 수용처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이 다음 단계다. 아프간 피난민들은 미국 내 군기지에 우선적으로 수용되겠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제3국의 미군기지에 머물게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 국방부는 버지니아주 포트리, 텍사스주 포트 블리스, 위스콘신주 포트 매코이를 난민 수용을 위한 기지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외에도 뉴저지주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합동기지를 비롯해 최소 1개 이상의 군 기지를 준비 중이다. 다음주 중에 피난민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뉴저지 기지에는 천막이 들어서고 의약품과 음식, 물, 화장실, 조명 등이 설치·구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당국자를 인용해 “미 국방부가 자국내에서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밖에 일본, 한국,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 그리스는 아프간 난민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장벽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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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는 아프간 내 미국인과 미국을 도운 현지인들과 그 가족을 모두 대피시킬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현재까지 카불에서 대피한 인원은 1만7000명 정도로, 아직도 3만~4만명이 추가 대피 인원이 남아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탈레반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입장과는 달리 공포 통치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피난민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피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는 카불 공항에는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공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프간 피난민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아프간 피난민들이 대거 넘어오는 것에 대한 주변국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그리스는 터키와의 국경에 40km(25마일)의 장벽과 감시 시스템을 설치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아프간 피난민을 받아주기로 한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캐나다·멕시코·르완다·우크라이나 등 12개국이며, 바레인·독일·터키 등 14개국은 잠시 입국해 있을 환승장소를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길 원하는 미국인을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며, 미국을 지원한 모든 아프간인을 대피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 미군은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화물 수송기 C-17을 활용했으나 장거리 비행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간항공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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