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부총리 후보자 "경제위기 수준으로 인식…팀플레이에 최선"
by경계영 기자
2016.11.03 09:00:00
| 임종룡 신임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부총리 후보 지명 관련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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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최근 ‘최순실 사태’ 이후 벌어진 국정 공백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경제위기 수준이라는 인식으로 상황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이날 저녁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직은 어떤 시점이든, 어떤 계기든, 어떤 상황이든 응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부총리 지명 소감을 밝혔다.
임 후보자는 부총리라는 자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과장 시절부터 언론 앞에 자주 섰지만 이날만큼은 “두려웠다”고도 했다. 그는 “금융위원장에 취임했을 땐 (지금처럼) 집 앞에 아무도 서있지 않았다”며 “부총리 내정자라는 무게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후보자는 소통에 자주 나설 뜻을 비쳤다. 그는 “금융위원장이 (기자실에) 너무 많이 온다고 불편해하지만 (언론을 통한 소통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경제팀을 이끌어가는 수장을 맡게 된 임 후보자는 칭기스칸의 예를 들며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임 후보자는 “칭기스칸은 10만군대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자기 이름도 쓸 줄 몰랐고 그렇다고 무예가 출중했던 것도 아니었다”며 “칭기스칸은 귀를 열어 지혜로운 얘길 들으려 했고 친구를 만들어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느 한 사람의 지혜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생각한다”며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와 함께 경기민감업종 구조조정 결정 과정에서 불거진 부처 간 엇박자 논란엔 “제일 안 맞는 말”이라며 적극 해명했다. 임 후보자는 “부처 간 협의는 활발한 토론이 있어야 하고 자신이 고수하려는 가치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부처 간 얘기하는 과정에서 최선의 것을 찾아가는 것이지, 그런 과정이 없다면 부처가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청문회 대상까지 됐던 서별관회의 또한 이같은 부처 간 협의 과정 가운데 하나라고 임 후보자는 설명했다. 그는 “더 자유롭게 얘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보라는 것이 서별관회의”라며 “정책은 치열하게 싸우고 토론하고, 다듬어지고 걸러지면서 최선의 방책을 찾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직자로서 철학을 묻는 질문에 대해 임 후보자는 △진정성 △일관성 △신속성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특히 공무원의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진정성을 들며 얼마큼 진정성을 갖고 정책을 다루는지 여부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 후보자는 “신중하게 많은 얘길 듣고 치열하게 고민해 마련된 정책을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할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더해져야 할 정책 덕목으로 신속성을 들었다. 경제주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계기비행이 아닌 시계비행을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임 후보자는 “등불을 비춰주듯 신속하게 길을 안내해주는 게 정책이 가져야 할 덕목”이라며 “좀더 빨리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다만 임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질문엔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관련 얘긴 이 자리에서 안 하는 게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야당의 청문회 보이콧 등을 의식한듯 그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취할 바가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해 (청문회) 과정을 잘 거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재정정책 당국의 수장으로서 통화정책 당국의 수장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도 “청문회를 통과하면 발표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임 후보자는 당시 각각 재정부 차관과 한은 부총재로 만나 차관-부총재급 협의체인 거시정책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만드는 등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임 후보자(78학번·경제학)와 이 총재(70학번·경영학)는 연세대 선후배 사이기도 하다. 임 후보자는 “(이 총재는) 존경하는 분이고 사석에서 편한 얘기도 하고 좋은 충고도 듣는 사이로, 앞으로도 그런 자세를 견지하면서 지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장으로서 은행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등 중요한 일이 연이어 있다”며 “청문회 준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금융위원장으로서 남은 과제를 마무리해 후임에 부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