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당일까지 헷갈리는 김영란법…이것만 알고가자

by장영은 기자
2016.09.28 09:12:39

시행 앞두고도 문의 잦아들지 않아…그때그때 다른 대답에 혼란만 가중
''불문법'' 성격 강해 시행 후에도 혼란 불가피…''알아서 조심하자'' 내부 지침 강화
부정청탁·금품 등 기준 명확히 알아야…통상적인 관계에서 ''3·5·10''은 문제 없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직무 연관성이 있으면 3만원 안 되는 밥도 얻어 먹으면 안된다던데? 어제 교육 나온 권익위 관계자가 그랬다니까”(모 매체 A 기자)

“10만원 넘는 축의금은 전액 반환해야 하는 거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게 또 아니라던데…”(정부부처 B 과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당일을 맞았지만 법 적용 관련 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법 적용 대상자인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은 물론 이들을 상대하는 민간 기업 관계자와 학부모, 학생 등에 이르기까지 개별 사례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법 시행 전날인 27일 “문의 건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적용대상 기관들의 전화 문의를 비롯해 직·간접 관련자들의 메일 접수도 많다”고 말했다.

‘범법자’가 되고 싶지 않은 대상자들의 문의는 쇄도하고 있지만 권익위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혼란이 더 가중되는 측면이 있다.

일례로 권익위는 가액 범위를 넘는 축·조의금 반환 문제에 대한 지침을 보름여만에 번복했다. 권익위는 이달 6일 직종별 매뉴얼을 통해 공직자가 업무 관련자로부터 경조사비 가액 기준인 10만원을 초과하는 축·조의금을 받았다면 전액이 수수 금지 금품 등에 해당하므로 모두 반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권익위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초과 부분만 반환하면 된다고 수정했다.

지침을 바꾸게 된 이유는 ‘초과 부분만 정산해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수수금지 금품 등에 대한 권익위의 법 조항 해석이 ‘사회통념’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따라 뒤집어진 것이다.



공직자 등이 직무 관련자에게 식사를 제공 받아도 되는지 여부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권익위가 ‘직접 직무 관련자’라는 개념을 규정하면서다.

시행령에는 공직자 등이 원활한 업무 수행, 친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직무 관련자로부터 3만원 가액 범위 안의 식사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돼 있지만, 권익위가 직접 직무 관련자에게는 3만원 이내의 식사도 제공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당사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권익위 관계자는 직접 직무 관련성에 대해 “기업 관계자와 유관 부처 공무원이 식사를 하면서 정부 수주 관련 정보를 준다거나, 기자가 홍보실로부터 기사 청탁을 받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업무 이해를 돕기 위한 자리나 친교 목적의 만남까지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권익위 내에서도 입장이 통일되지 않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적용 대상자들은 당분간 점심·저녁 약속을 잡지 않거나 ‘티타임’ 할 때도 각자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혼선은 법 시행 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의 내용이 식사와 경조사 등 일상생활을 규제하지만 개별 사례를 모두 법 조항으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김영란법 자체가 판례와 관습에 의존하는 불문법(不文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3가지는 명확하게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하나는 부정청탁의 개념이다. 누구든지 제 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인허가 처리, 인사 개입, 성적 평가, 병역 특혜 등을 부탁해서는 안된다. 소위 ‘빽’을 통해 특혜를 보는 것이 능력처럼 여겨지는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통상 받은 쪽만 처벌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약속한 쪽도 처벌을 받는다. 다만 이해 당사자가 자신을 위해 공개적으로 부정청탁을 한 경우에는 청탁을 한 사람은 처벌 받지 않지만 이에따라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 등은 처벌을 받는다. 공직자 등에 대한 일반인의 민원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공직자 등이 받아선 안 된다고 금지한 금품 등은 현금을 비롯한 유가 증권, 선물, 골프는 물론 초대권과 할인권, 숙박권 등 모든 유형의 이익이 포함된다. 여기에 예외 규정으로 사회 상규 등을 고려해 부정청탁 등이 오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허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