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낙하산 인사의 끝판왕' 서울보증 감사

by문승관 기자
2024.10.06 16:52:40

[이데일리 문승관 금융부장 겸 시장경제에디터] 대통령실 선임행정관 출신 김대남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 상근 감사위원의 전화 통화 발언이 일파만파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전당대회 직후 감사위원으로 간 과정 등에서도 석연치 않은 낙하산 인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서다. 여론의 공분을 사자 김씨를 감사로 추천했다고 알려진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추천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고 대통령실도 서울보증 감사 임명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김씨 측은 총선 낙천 이후 대통령실로부터 원서를 넣어보라고 해서 넣었을 뿐 추천 과정은 모른다고 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사진=김태형 기자)
금융 경험도 전무하고 더욱이 보증보험의 전문성은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김씨를 서울보증 이사회는 지난 7월 5분 만에 만장일치로 감사에 추천한다. 8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선 100% 찬성으로 통과했다.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할 핵심 자리인 서울보증 상근감사의 연봉은 약 3억 6000만원으로 월 470만원의 업무추진비, 고급 법인차량과 기사, 비서까지 받는 ‘넘버 2’의 자리다.

김씨는 건설사에서 이력을 쌓았을 뿐 금융에는 문외한이다. 여당 내에서도 ‘함량 미달’이라고 평가한다. 추천한 사람도 없고 그냥 원서만 넣었더니 이사회에서 5분 만에 선임했다는 것을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특별한 배경과 압력, 청탁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전형적인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에 혀를 찰 따름이다.



정권이 상근감사 자리를 ‘보은성 인사’로 채우는 것은 기관장보다 책임질 일이나 외부로 드러날 일도 적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공공기관 중 상근감사를 두고 있는 곳은 대부분 비상장사다. 비상장사는 주주 감시를 덜 받기 때문에 상근감사의 전문성을 더 요구받지만 오히려 견제가 느슨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서울보증은 내년 기업공개(IPO)을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재기의 도약을 선언했다. 서울보증은 1969년 설립된 국내 최대 종합보증사다. 국제신용보험·보증보험협회(ICISA) 회원사 원수보험료 기준 글로벌 4위 규모의 보증회사다. 서울보증은 성공적인 IPO를 위해 외부 진단을 통한 경영 효율화, 주주 환원 정책 강화 등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울보증은 예금보험공사가 93%의 지분을 가진 정부 투자 회사다. 그간 공적자금 10조원을 투입했고 아직 6조원가량을 더 회수해야 한다.

김씨가 스스로 감사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채 사표 제출을 거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김씨가 버틸수록 누가 서울보증을 믿고 투자하겠는가. 글로벌 4위 규모의 보증보험사에 낙하산 인사라는 점도 낯 뜨거울 따름이다. 이쯤 되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이런 황당한 낙하산 인사의 진상을 밝히고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난맥상을 풀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한다. 전문성을 요하는 금융 공기업 감사에 낙하산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그 원인을 규명한 후 차단해야 한다. 낙하산 인사를 국회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도 나서야 한다. 지난 19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를 거듭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즉 ‘낙하산 방지법’을 조속히 통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