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파업'에 비대면진료 허가 초읽기...닥터나우·라이프시맨틱스 전망은
by김승권 기자
2024.02.23 13:30:47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의사들의 반대로 고사위기까지 내몰렸던 비대면진료(원격진료) 기반 헬스케어 업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의사 파업’이 사실상 본격화됨에 따라 정부가 비대면진료(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약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구체적 법안까지 준비되고 있다. 이에 관련 기업 주가는 최근 급등세다.
20일 종가 기준 최근 한 달간 비대면 진료 관련 종목의 누적 상승률은 △케어랩스(263700) 86.93% △인성정보(033230) 87.39% △블루엠텍(439580) 87.35% △유비케어(032620) 45.03% △인피니트헬스케어(071200) 45.03% 등으로 집계됐다. 라이프시맨틱스(347700)도 1월 1900원대에서 21일 종가 기준 2295원대까지 상승했다. 21일 일부 기업은 가격 조정이 왔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 비대면 진료 업계는 여러 부침을 겪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자 비대면 진료 조건이 완화되면서 많은 국민이 혜택을 봤다. 3년에 걸친 시행 기간 전국에서 1380만여명이 비대면 진료를 받았고, 단 한 건의 의료사고도 발생하지 않으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사회 인식이 좋아지면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의사들의 반대로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특수 환경에서 보조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비대면 진료(원격의료)는 야간 및 주말에만 초진이 허용되어 있고, 일반적으로 재진부터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 진료 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간 중심으로 시행하고 허용 대상은 의사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는 만성질환 재진 환자나 도서·산간 지역과 같은 의료 취약지 환자 등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의료공백 우려에 기대감이 커지는 추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전공의 부재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집단 행동 기간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최근 민생 토론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법 개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법안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 진료 약 배송을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조 의원안은 현재 ‘약사와 직접 대면’으로만 가능한 조제약 수령을 ‘원격통신 장치에 의한 방법’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에선 약사의 구두에 의한 복약지도가 있어야 약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비대면으로도 가능케 한 것이다.
일시적인 허용이지만 이를 통해 다시 국내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재진 제한 없이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원급 비대면진료 시스템은 바로 적용할 수 있지만 병원급까지 연동하려면 최소 2~3개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 공백을 보완하며 의료자원을 효율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비대면 진료 제도가 일시적으로 확대된다면 의료공백으로 인한 환자 불편 해소에 기여해 비대면 진료의 역할을 입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산업의 안착과 성장을 위한 제도화까지 이어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기업의 비대면진료 기술은 기술 자체만 비교했을 때 선진국과 동일하거나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기술력은 있으나 규제 때문에 적용이 더딘 상황이다. 이 때문에 닥터나우와 라이프시맨틱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일본은 코로나19 이후인 2022년 1월에는 개정된 ‘온라인 진료의 적절한 실시에 관한 지침’을 통해 비대면 진료 초진(첫 진료)은 단골 의사 수행을 원칙으로 하되 ‘진료 전 상담’을 진행한 경우 초진도 가능하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이에 후생노동부 기준 비대면 적용 의료 기관은 2022년 12월 말 기준 전체 11만3473곳 중 1만8273곳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의료자원 부족, 의료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자연스럽게 원격의료가 일찍이 도입됐다. 이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한 보험 급여 적용도 1990년대 부터 이루어졌다. 이후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부터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메디케어 가입자의 원격의료 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 닥터나우 일본 서비스 모습 (자료=닥터나우 일본 서비스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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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국내 비대면업계는 해외 사업을 빠르게 전개하는 추세다. 닥터나우는 일본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법인은 닥터나우의 100% 자회사로, 장지호 창업자가 직접 일본에서 법인장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네이버 계열사인 라인헬스케어, 클리닉스, 소쿠야쿠 등 다수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들이 경쟁할 것으로 관측된다.
라이프시멘틱스는 자체 개발한 개인건강기록(PHR) 플랫폼 ‘라이프레코드’를 통해 디지털치료기기(DTx),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사업은 B2B(기업 비즈니스)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과 비대면진료 플랫폼 ‘닥터콜’ 정도로 파악된다.
‘닥터콜’은 최근 태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닥터콜 타이’는 태국 상급종합병원 라마9병원과 오는 3월까지 플랫폼 사용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태국 모바일 사용자 90%가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연동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없이도 예약부터 진료, 의약품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라이프시멘틱스는 해당 파트너십 계약을 토대로 향후 3년 이내 100개의 현지 의료기관에 닥터콜 타이를 공급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태국의료위원회는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가이드라인을 발행해 의료진의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이용에 대한 내용을 명시했다”며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