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알아서 범인 찾아주는 시대 열린다"

by정다슬 기자
2022.07.24 13:34:24

애플 엔지니어출신 AI반도체 딥엑스 김녹원 대표
연내 제품 발표..20여개 글로벌 기업과 자격검증 진행
내년 스마트CCTV로 양산
GPU 뛰어넘는 성능 입증…엣지NPU 시장 리드할 것

김녹원 딥엑스 대표가 21일 경기도 분당 딥엑스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제가 애플에 있었을 때 세계최초로 신경망처리장치(NPU, Neuro Processing Unit)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나왔습니다. 얼굴을 인식해서 잠금 해제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죠. 이를 위해서는 먼저 반응 속도가 굉장히 빨라야 합니다. 또, 내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어야 하고,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도 반드시 반응해야 하죠. 이를 위해서 애플은 저전력·고효율인 NPU를 아이폰 자체에 탑재하자고 결심한 것입니다”

21일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딥엑스 본사에서 만난 김녹원 대표는 ‘왜 NPU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IBM왓슨리서치, 시스코시스템즈를 거쳐 애플 수석연구원으로서 A10, A11, A12, M1칩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처음에 아이폰에 하나가 들어갔던 NPU가 두 개로 늘어나고,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 전체 제품에 확산하는 것을 보면서 그는 ‘이것이야말로 AI of things’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는 “Internet of Things(IoT, 사물인터넷)는 실제 구현되지 않았나. 사물지능(AoT)가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딥엑스가 출시한 AI반도체 시리즈


가능성을 본 김 대표는 한국으로 건너와 2018년 딥엑스를 창립했다. 목표는 700억개의 디바이스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엣지(Edge) NPU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올해는 AI연산 성능의 수준과 기능에 따라서 4개 솔루션으로 첫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스마트센서. 자율이동로봇(AMR), 자동차부품, 센서모듈, 공장 자동화, AI서버 등 현재 20여개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검증(PoC)을 하고 있으며 그 중 한 곳과는 이미 양산까지 계약이 체결된 상태다.

딥엑스 반도체가 탑재돼 상용화될 첫 제품은 바로 스마트CCTV다. 그간 범죄혐의가 있는 용의자를 찾기 위해서는 사람이 일일이 CCTV를 돌려봐야 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수백 개의 CCTV를 돌려봐야 한다. 그러나 스마트CCTV가 있으면 ‘성별’, ‘나이’, ‘키’ 등 용의자를 특정할 요소를 지정하면 CCTV 내에 있는 AI가 ‘알아서’ 이를 찾아준다.



김 대표는 리모컨이 없어질 날도 머지않았다고 봤다. TV에 AI가 들어가면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음성이나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서 알아서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에 NPU가 들어간 후 버튼이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비용이다. 그간 AI 시장은 GPU가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GPU는 비싸고 전력소모량이 많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기에 들어갈 반도체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전력소모량 역시 줄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연산처리 속도와 정확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과제다. 사람의 신경계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해 특정 알고리즘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는 NPU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 대표는 “프로세서에서 연산 성능을 끌어올리려면 전성비 기술이 핵심”이라며 “전성비 기술이 없는 상태서 성능을 끌어올리면 과도한 전력 소모와 이로 인한 안정성에 문제를 야기하는 과열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딥엑스는 삼성 파운드리 5나노 공정에서 제조되는 DX-M1칩을 통해 1와트 전력 소모당 AI산술연산 횟수를 9TOP/W 이상임을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글로벌 경쟁사들의 최대 8TOPS/W보다 높은 것이다.

연산처리 속도 역시 초당프레임처리(FSP, 회)/초당 1조회 연산(TOPS, 초번) 기준으로는 엔비디아를 넘어선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32TOPS인 젯슨 AGX자비에로 고객이 요청한 알고리즘을 구현한 결과 24FPS가 나왔지만 1TOPS인 딥엑스의 NPU IP(FPGA)에서는 1TOPS만으로 30FPS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30TOPS인 딥엑스 M1을 적용하면 300FPS가 나올 것이란 이야기다.

어떻게 실리콘밸리가 아닌 한국에서 이런 성과가 가능했는가.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가 만나는 고객마다 똑같이 물어봤다. 그러나 우리는 성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의구심을 표하던 고객들도 실제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구현한 성과를 보고 입을 다물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다. 그는 “한류와 김연아는 최고의 자금, 인재, 생태계에서 나왔나”며 “나는 딥엑스팀이 세계 최고 NPU팀이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