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집값 안 잡히면 서울 전역에 종부세 부과?

by최훈길 기자
2018.09.16 16:05:29

기재부 “1주택 9억→6억 사실 아냐”
막판에 뺐다? “처음부터 논의 없어”
강북까지 증세 여파, 위헌 소지 때문
현재로선 ''서울 전역 종부세'' 없을듯
與 "더 강력한 수단 쓸 것" 여지 남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 시장이 다시 불안해 진다면 필요한 추가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겠다”며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다.[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1주택자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출 전망. 서울 대부분 6억원 이상으로 거의 모두 종부세 부과.” 정부가 지난 13일 오후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내놓기 직전에 이같은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인터넷에 나돌았다. 이후 몇몇 언론사에서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 공시가격 9억→6억원 이상’이라고 속보로 보도했다. 이후 해당 언론사는 “잘못된 내용”이라며 정정보도를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같은 개편은 없을까.

현재로선 이와 같은 개편은 없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될 예정이라는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9.13 부동산 대책’에 이 같이 종부세 부과 기준을 개편하는 내용은 없었다.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면 검토도 안 했을까. 일각에선 정부가 당초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6억원 초과로 확대하는 방안을 대책에 포함했지만 발표 직전에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부세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논의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통화에서 ‘6억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사전 논의했는지’ 묻는 질문에 “처음부터 전혀 논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 증세 대상자가 확 늘어나기 때문이다. 앞서 참여정부 때인 2006~2008년에는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부세를 납부해야 했다. 이후 이명박정부에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 초과로 기준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현재는 다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 초과일 경우,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 초과일 경우 종부세 납부 대상이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참여정부 수준으로 부과 기준을 강화하면 서울의 주택 소유자 상당 부분이 종부세를 내게 된다. 시가 반영률을 70%라고 전제하면 공시가격 6억원은 시가 9억원 수준이다. 가구별 공시 가격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도 시가 9억원 이상 마포 등 강북 아파트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김 세제실장은 “대상자가 너무 넓어져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도 “내년에 공시가격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현 개편안 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상승분과 현재 시세 급등하는 지역 등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며 내년 1월 공시가격 현실화를 예고했다.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를 지나가고 있다. 1주택 종부세 부과 기준이 6억원(시가 9억원 가량)으로 강화되면 마포구 등 강북의 상당수 아파트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둘째는 위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 과도하게 세금을 부과할수록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13일 종부세의 ‘주거목적 1주택 장기보유자 부과 규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판결문에서 주거 목적 장기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에 대해 “과세 예외조항이나 조정장치를 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일반 주택 보유자와 동일하게 취급해 일률적 또는 무차별적으로 부과할 경우’, ‘재산세에 비해 고율의 누진세율을 적용할 경우’에 “주택 보유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1가구 1주택 등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과는 위헌”이라며 “거주자에게 세금을 왕창 물리기만 하면 ‘집 팔고 떠나라’는 말과 같다.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를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세제실장은 “추가 대책에도 6억원 기준은 안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기재부와 여당 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6억, 9억이라는 표현에 큰 의미를 두지 말라”면서도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고 투기가 판치면 더 강력한 수단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도 “여러 안을 놓고 시나리오를 봤고 그 중에 일부를 발표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면서 추가 대책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6억원으로 종부세 부과 기준 개편도 검토하는지’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며 추가 대책에 대해 말을 아꼈다.

참여정부 때인 2005년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됐다. 헌법재판소가 이명박정부 때인 2008년 11월13일 세대별 합산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종부세가 1조원대로 내려 앉았다. 작년에 부동산 경기가 활성화 되면서 종부세 납부액도 늘어났다. 납부액 기준으로 천만원에서 반올림 집계, 단위=억원.[출처=국세청 국세통계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