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S-V 시승기 - 캐딜락 드라이빙의 집약체가 선사하는 위용
by김학수 기자
2017.07.01 09:27:0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자 육중한 차체가 비틀거린다. 압도적인, 강력한 파워가 분출되자 아직 열이 오르지 않은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제대로 붙잡지 못했고, 계기판에서는 출력 제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경고등을 깜박거린다. 붉은 차체는 어슴푸레한 어둠을 두려워하는 듯, 헤드라이트의 빛을 쫓으며 도로를 내달렸다.
GM의 임원, 밥 루츠에 의해 탄생한 캐딜락 CTS-V는 ‘캐딜락의 절대적 존재’다. 아메리칸 퍼포먼스, 아메리칸 럭셔리를 지향하는 캐딜락에 GM의 절대적 존재 콜벳이 조화되어 그 어떤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보다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캐딜락의 프리미엄 세단, CTS를 기반으로 개발된 CTS-V는 보다 강렬한 존재감 그리고 보다 공기역학적인 차체를 더하며 5,020mm에 이르는 긴 전장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 넓은 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해 볼륨이 더해진 펜더 역시 전폭을 1,865mm까지 늘리게 해 더욱 강렬하고 역동적인 감성을 자아내게 한다.
3세대 캐딜락 CTS의 압도적인 디자인에 V 시리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CTS-V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고, 또 쉐보레 콜벳 C7 스팅레이에 장착된 LT1 엔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LT4 엔진이 600마력을 상회하는 출력을 자랑한다는 이야기에 다시 한 번 CTS-V에 대한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게 됐다.
2015년 아주 당연하게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캐딜락 CTS-V는 보도자료, 그리고 차량 옆에 서 있는 소개 패널에 적힌 수치만으로도 시장의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또 소비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다. 적어도 수치 상으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슈퍼 세단이 탄생한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캐딜락 CTS-V의 보닛 아래에는 OHV 엔진 구조에 최신의 엔진 기술을 조합한 V8 6.2L LT1 엔진에 1.9L 용량의 슈퍼차저를 더해 출력을 극대화한 LT4 엔진이 자리한다. 이 엔진은 최고 출력 648마력과 87.2kg.m의 압도적인 출력을 자랑한다. 여기에 8단 변속기와 최신의 MRC(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된 하체를 조합했다.
이를 통해 캐딜락 CTS-V는 정지 상태에서 단 3.7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는 순발력은 물론이고 순정 상태에서 320km/h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압도적인 주행 성능을 갖췄다. 그리고 세단 최초로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 대의 기록을 격파한 2세대 CTS-V를 압도하는 뛰어난 주행 성능을 예고했다.
사실 캐딜락 CTS-V의 스티어링 휠을 두 손으로 쥐고 있을 땐 머리 속으로 세세한 수치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아니, 정확히 그럴 여유가 없다. 완벽한 핏감이 돋보이는 시트와 알칸타라를 둘러 만족감을 높인 스티어링 휠 그리고 마그네슘 성형 후 크롬으로 코팅한 패들 쉬프트를 처음 만졌을 때에는 그 완벽한 감각에 감탄을 하며 드라이빙을 즐길 스스로를 기대했다.
그러나 648마력과 87.2kg.m의 토크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8기통의 엔진이 맹렬하게 회전하자 1,895kg의 육중한 차체는 그 강렬함을 주체하지 못해 움찔거린다. RPM이 상승하고, 속도가 높아져도 그 움찔거림은 도저히 진정되지 않으며 뒷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다행이라고 한다면 완벽하게 보호 받고 있다는 기분의 시트 덕에 어딘가 한 켠에서는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있다는 점이다.
차체가 안정된 후 다시 한 번 가속력을 확인했다. 여지없이 움찍거리며 앞으로 튀어나가는 붉은 차체의 CTS-V는 그 어떤 차량과 경쟁을 하더라도 물러섬이 없을 것 같은 면모를 드러낸다. 가속 시의 움찔거림에 ‘전날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세이프티카로 달리지 않았더라면 타이어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좋았을 거고, 그로 인해 조금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라는 미련한 생각도 떠올랐다.
이색적인 건 사운드는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다는 점, RPM이 치솟더라도 투어 모드에서는 제법 고요한 편이고 스포츠와 트랙 모드를 활성화시켜야 고출력의 감성이 전해진다. 하지만 이건 잠시 착각, 이중접합 유리를 적용해 차음성을 높인 CTS-V의 창문을 내리자 차량의 후미에서 육중한 사운드를 뿜어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경쟁 모델들이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택하는 반면, 캐딜락은 CTS-V에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덕분에 변속이 칼 맞이 예리하지 않다. 하지만 육중한 출력을 너무나 매끄럽게 전하며 순간적으로 강한 토크가 발산하며 차체가 균형을 잃는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이에 운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패들 쉬프트를 당기에 강렬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다.
덧붙여 무게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은 기본적으로 언더스티어 성향을 드러낼 듯 하지만 막상 차량의 움직임은 예리한 칼과 같다. 조향에 따른 차체의 움직임은 무척 일체감이 느껴져 5m가 넘는 차체를 가볍게 다룰 수 있다. 이는 일반 도로, 와인딩 코스 그리고 서킷을 가리지 않고 그 매력을 발산하며 V 시리즈가 가진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장식한다.
캐딜락 CTS-V를 단순히 강력한 출력과 덕분에 완성되는 강력한 가속 성능에 한정할 수 있겠지만 사실 캐딜락 CTS-V의 가장 큰 매력은 ‘완벽한 주행’을 구현하는데 있다. 다만 이 완벽함이 아마 기존의 스포츠카 오너들의 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과 안락한 시트는 사실 강렬한 드라이빙 퍼포먼스에 가려질 것 같았지만막상 캐딜락 CTS-V의 일상적인 주행은 무척이나 부드럽다. 육중한 무게를 견디기 위함도 있지만 다양한 노면 상황에 최적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서스페션 시스템 MRC의 효과도 크다.
실제로 캐딜락 CTS-V는 속도를 높이고 코너를 파고들기 전까지는 노면의 충격을 최대한 걸러 탑승자가 피로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한다. 물론 견고한 차체로 인해 노면의 자잘한 충격이 전해지지만 비슷한 출력, 가격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편안함에 긴장이 풀리기도 한다.
한편 MRC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적의 움직밈을 구현하는데 요철을 넘을 때 진입은 부드럽게, 탈출은 견고하게 서스펜션을 조율해 실내 공간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로 줄이고, 곧바로 가속할 수 있는 자세를 되찾는다. 게다가 서킷에서도 그 뛰어난 조율 능력이 빛을 발하며 압도적인 기록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 운전자에게 짜릿함을 느끼기가 어렵다. 너무 쉽게, 너무 편하게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차량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스포츠 모델처럼 변속에서, 코너링에서 운전자를 긴장시키는 ‘불안정성’ 없이 마치 운전자가 원하는 최적의 드라이빙을 시뮬레이션하여 최고의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시스템’처럼 느껴졌다.
캐딜락 CTS-V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역시 BMW M5를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캐딜락 CTS-V는 BMW M5를 정조준하여 개발되었고, 그 결과 출력, 토크, 가속력, 그리고 MRC로 이어지는 특혜 등 많은 부분에서 분명한 우위를 자랑하고 한다. 게다가 가격 역시 한층 합리적인 1억 1,500만원~1억 2,200만원으로 책정했다.
제품의 구성도 좋은 편이다. V8 엔진이 부담된다고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리터당 두 자릿수의 연비를 확인할 수 있고 또 편안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시트와 우수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그리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귀까지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시장, 특히 캐딜락의 판매가 썩 신통치 않은 국내 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 강력하고 더 빠른 존재지만 독일 태생이 아니라는 낙인과 드라이빙에서의 ‘불안정성’이 부재하여 그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딜락은 앞으로고 고집을 꺾지 않을 것 같다. 더욱 다이내믹한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갖춘 차량을 개발할 예정이고 또 V 시리즈에는 V8 엔진을 더할 예정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캐딜락의 모터스포츠 활동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캐딜락은 ATS-V를 기반으로 FIA GT3 규정을 충족하는 ATS-V.R을 선보이며 미국 GT 레이스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는 데이토나 프로토타입 인터내셔널 레이스카인 캐딜락 V.R DPi를 공개해 모터스포츠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국내 최고 권위의 모터스포츠 대회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의 바디쉘 후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캐딜락 CTS-V이 시장에서 많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차량이 좋은 차량이고 또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어떤 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V, 그리고 캐딜락에게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캐딜락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그 투자의 결실이 조금 더 빨리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