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코코본드 시장, 연내 80조원 넘어선다

by이정훈 기자
2014.09.03 09:27:04

UBS 전망..은행권 자본확충 용도로 적극 활용될듯
11월 스트레스테스트 전후에 `러시`..HSBC 등 검토중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바젤III 자본규제에 맞춰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는 은행권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유럽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Contingent Convertible Bond) 시장이 연내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코코본드는 은행이 재무적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각 처리되는 증권으로, 바젤III에서 은행들의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이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유럽 코코본드 시장이 올 연말까지 50% 이상 더 늘어나면서 그 규모가 800억달러(약 81조416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리 돈론 UBS 유럽·중동·아프리카 자본솔루션 담당 대표는 “앞으로 수주일 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은행권을 상대로 스트레스 테스트(자본건전성 평가)와 자산의 질에 대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 때문에 연내 유럽 은행들이 260억유로에 이르는 코코본드를 더 찍어낼 것이라고 점쳤다.

포르투갈 2위 은행인 방코 에스피리투 산투(BES)의 붕괴로 인해 최근 석 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던 유럽 코코본드 시장은 전날 스페인 최대 은행인 방코 산탄데르가 15억유로 어치를 찍어낸 덕에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유럽 최대 은행인 HSBC는 물론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가 11월 ECB 스트레스 테스트 이전에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이미 내부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코 산탄데르의 코코본드 발행을 도왔던 론돈 대표는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 은행들이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깜짝 놀랄 만큼 낮은 수준의 평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이 때문에 수요가 있을 때마다 이들 은행이 코코본드를 찍어낼 것으로 보이며 특히 11월 평가를 전후해 발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로저 프란시스 미즈호 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도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가 현재 발행을 검토중이며 네덜란드와 스웨덴 은행들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180억달러 정도의 코코본드가 추가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코코본드에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지난해 4월 유럽 은행들의 본격적인 코코본드 발행을 알렸던 스페인 2위 은행 방코빌바오 비즈카야 아르헨타리아(BBVA)의 15억달러 어치 코코본드의 쿠폰금리는 9%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집계하는 고수익코코본드지수에 따르면 은행권의 코코본드 평균 발행금리는 7.27% 수준이다.

마크 홀먼 투웬티포 에셋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코코본드는 여전히 은행들이 저렴하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채권”이라며 “올 연말까지 발행규모가 100억유로를 밑돈다면 오히려 그게 더 놀랄 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많은 은행들이 발행하는 코코본드를 고루 매입하며 보유 비중을 늘려나갈 생각”이라며 특히 처음으로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HSBC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