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헌 기자
2004.12.09 10:58:24
삼성 "외곽 고속화도로 건설비 1조600억 빼주오"
토공 "택지촉진법 등 따라 적용, 봐 줄 근거없다"
법개정 필요성도 삼성측 제기
[edaily 김수헌기자] "도로 건설비라도 빼 달라" "규정에 따랐기 때문에 봐줄 수 없다"
삼성그룹과 토지공사간에 화성 동탄신도시 내 삼성전자 반도체 2단지용 부지 분양가격을 둘러싼 다툼이 `조성원가`의 합리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장용 부지 조성원가 비용을 산출할 때 1조원이 넘는 신도시 외곽 고속화도로 건설비용까지 포함시킨 것은 과도하다"며 도로건설비는 원가비용에서 빼고 조성원가를 재계산해 보자는 입장이다.
반면 토지공사는 화성 동탄신도시는 애초 택지지구로 조성됐고 일부 부지만 특별히 공장용으로 분양하는 것이기 때문에 도로 건설비를 원가비용에서 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현재 화성 반도체 1단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사토를 2단지용 예정부지(17만평) 중 일부를 임대해 쌓아놓았으나, 토공은 이를 원상회복시키라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9일 토지공사와 건설교통부, 삼성그룹 등에 따르면 삼성은 반도체공장 부지 조성원가비용 중 서울 양재~경기 영덕간 고속화도로 건설비 1조600억원은 빼고 다시 원가를 계산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현재 토공이 삼성에 제시한 평당 분양가는 222만5000원. 토공이 밝힌 조성원가는 281만원이나, 감정평가 결과 이 가격이 산출돼 삼성에 적용시켰다는 것이다.
토공에 따르면 공장전용단지를 조성할 때는 산업입지 및 개발관련법에 따라 도로, 수도 등 인프라는 국고에서 50~100%까지 보조된다. 그러나 화성 동탄신도시처럼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택지지구로 개발되면 이같은 국고보조가 없기 때문에 조성원가에 도로 등 기반시설비용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삼성측은 그러나 어차피 공장을 지을 땅인데 산업단지와 택지지구간에 너무 가격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조정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택지지구라도 공장용도로 결정된 땅이라면 산업단지 수준의 땅값을 적용하는 것이 기업과 반도체산업,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라도 합리적이지 않냐"며 "최소한 양재~영덕간 고속화도로 건설비만이라도 빼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재~영덕간 고속화도로 본선 건설비는 7000억원, 여기서 연결되는 도로 건설비까지 다하면 총 건설비는 1조600억원에 달한다. 삼성은 이 비용을 뺄 경우 분양가격은 190만원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은 땅값이 공짜, 미국만해도 평당 1달러 수준인데, 우리나라 산업단지 땅값과 2배나 차이가 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해 공장을 짓으라는 것은 심하지 않느냐"며 "단지의 내부 기반시설 비용이 조성원가 비용에 포함되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공장을 지을 땅에 대해서는 외곽 고속화도로 건설비만이라도 제외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과 업계 일각에서는 조성원가비용에서 간접비가 9000억원이나 산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간접비는 금융비용, 판매관리비, 인건비, 기타 잡비용 등을 아우른 것으로, 9000억원이나 잡힌 것은 통상적인 수준을 많이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토지공사는 이에 대해 "택지개발촉진법과 내부규정에 따라 산정된 조성원가를 재조정하기 위해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시장원리에 따라 값이 비싸면 안사면 그 뿐으로, 삼성측 주장을 받아들일만한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토공은 삼성전자가 분양예정 부지 일부에 쌓아놓은 토사를 치우고 부지를 원상회복하라고 요구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화성 반도체 1단지(13~16라인) 부지 조성공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토사를 이번에 논란이 된 2단지용 매입예정부지 가운데 1만5000평을 임대해 쌓아놓고 있다. 이 토사는 2단지 부지 정지작업을 할 때 투입될 예정이다.
토공 관계자는 "토사를 그냥 갖다버릴려면 300억~400억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삼성측에서 어차피 살 땅 중에서 일부를 미리 임대해 쌓아두겠다고 해서 허락했다"며 "12월5일까지 부지계약하지 않을 거라면 원상회복하라는 공문을 이미 보내놓았다"고 말했다.
토공은 또 "삼성이 매입의사가 없다면 공장용부지를 다시 택지로 용도변경해 원매자에게 팔겠다"며 삼성을 고강도로 압박하고 있다.
삼성은 이같은 압박속에서도 정부 차원에서 민원을 해결해 주길 바라는 눈치다. 삼성은 이미 지난 10월 감사원 기업불편 신고센터에 분양가 관련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는 의사도 보이고 있다.
택지개발촉진법 등을 개정해, 순수전용도시나 공장전용공단이 아니라 화성 동탄신도시처럼 도시와 공장이 혼합돼 있을때는 공장에 대해서는 원가산정에서 합리적인 가격책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삼성 관계자는 법이 개정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일단 이번 수의계약 매입건을 유찰시키는 형식으로 하고, 개정된 법에 따라 가격적용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