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재편 속도낼 美, 반도체 경쟁력 더 키워야"[한미정상회담 전문가평가]
by김형욱 기자
2022.05.21 18:03:16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 인터뷰
"亞 첫 순방지로 韓 선택, 반도체 공급망 재편 염두"
"美 공급망 재편에 속도…선제적 경쟁력 강화 필요"
"中, 반도체 대체재 없어… 미중 갈등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 미국, 일본, 유럽이 정부 지원 아래 반도체 생산 공장을 빠르게 늘리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그 이상을 지원해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원은 21일 이데일리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대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과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역사적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중에서도 첫 번째 일정으로 한국을 택했다는 점, 입국 직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방한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리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공급망 이슈는 핵심 의제 중 하나였다.
우리 정부와 우리 반도체 산업도 이 같은 변화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김 연구원의 제언이다. 그는 “재편 과정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반도체 생산 공장이 많이 늘어날 예정”이라며 “공급이 늘어나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우리에게도 분명히 좋은 영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앞선 지난달 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반도체 독립과 미국의 철저한 견제가 미·중 간 무역 갈등과 그에 따른 현 반도체 수급난의 배경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팹리스(설계) 시장의 70%를 점유한 인텔 등 미국 기업들이 대만 TSMC나 삼성전자(005930)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에 생산을 맡기는 형태로 시장이 이뤄졌는데, 일본과 유럽 기업이 파운드리시장에 대거 뛰어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게 됐다. 자칫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이 과반 이상을 점유한 메모리 반도체시장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각국 기업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얘기는 없지만 파운드리 경쟁이 심화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경쟁 심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파운드리 기업이 팹리스로부터 주문을 받지 못해 공장을 놀릴 상황이 되면 적자를 감수하고라도 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 뛰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반도체부문에 한해선 미중 갈등 여파가 우리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2016년 한한령 때처럼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문을 걸어 잠글 경우 우리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반도체에 한해선 중국도 한국산을 계속 사용하는 것 외엔 아직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이 (우리) 반도체를 수입하는 건 내수 소비용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 전자기기를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라며 “다른 대체재가 있다면 대체하겠지만 현재로선 대체재가 없기에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입을 금지하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미국, 일본, 유럽 전자제품 제조기업들이 중국에 있는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고 이들 기업은 결국 옮긴 공장에서도 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며 “중국이 2016년 우리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한령을 가했던 것처럼 산업 전반을 놓고 보면 (중국과의 갈등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반도체만 놓고 보면 분명 다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끝으로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본격화할 반도체 공급망 재편 대응방안으로 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를 통한 선제적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그는 “각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나선 만큼 우리는 이보다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반도체 제조장비·소재 중소기업을 키우고 외국 반도체 기업 국내투자 유치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