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산, 내년 국제 내구 레이스 도전 ‘포기’

by김형욱 기자
2015.12.27 13:29:07

‘GT-R LM 니스모’ 앞세운 WEC LMP1 프로젝트 백지화
올6월 르망24시서 3대 중 2대 중도 포기·1대 실격 치명적

[이데일리 카홀릭팀 김학수 기자] LMP1 클래스에 도전장을 던졌던 닛산이 결국 WEC LMP1 프로젝트를 포기한다.

닛산은 GT-R LM 니스모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르망 24시내구 레이스 LMP1 클래스에 대한 도전을 포기한다. 이번 발표는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종료 후 해당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발표와 지난 10월, 2016년 WEC에 다시 복귀하겠다는 닛산의 발표를 뒤집는 내용인 만큼 더욱 아쉬운 소식이다.

델타윙 프로젝트에 이어 닛산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닛산 LMP1 프로젝트는 이로서 일단락되었으며 국내외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참담한 결과를 남겼던 FF 타입의 LMP1 레이스카 인 GT-R LM 니스모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The new Nissan GT-R LM NISMO testing in preparation for its 2015 FIA World Endurance Championship and Le Mans 24 Hours debut.
지난 6월 프랑스 르망의 샤르드 서킷에서 펼쳐진 르망24시 내구 레이스 2015에서 포르쉐가 컴백 2년 만에 원 투 피니시라는 기쁨을 누리는 사이 대대적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첫 도전을 생중계한 도전자 닛산은 참담한 결과를 맞이했다.

그동안 추진해오던 LMP2 클래스의 델타윙 프로젝트와는 사뭇 다른 FF 방식을 채택한 GT-R LM NISMO 총 세 대를 투입했으나 그 중 두 대가 리타이어, 한 대는 실격처리 되며 닛산이 자부하는 기술과 그리고 GT-R LM 니스모라는 이름에 담긴 명예에 큰 상처가 남았다.

GT-R LM 니스모는 MR 방식을 사용하는 대다수의 LMP1 차량과 다른 FF 방식을 채택했다. 500마력 급의 VRX30A 3.0L 트윈 터보 엔진을 차량 앞쪽에 장착하고 배터리를 차량 뒤쪽에 배치했다. 무게 배분을 위해 콕핏을 차량 뒤쪽에 배치했다. 차량 특성을 고려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전륜 타이어를 후륜 보다 넓고 큰 제품을 사용했다.

이런 세팅은 기존의 LMP1에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내용이다. 하지만 2014년까지 델타윙이라는 독특한 바디워크를 선보였던 닛산의 또 다른 도전으로 여겨지며 모터스포츠 관계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끌었다. 많은 관심이 쏟아진 만큼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2015의 결과는 예상보다 치명적이었다.

GT-R LM 니스모의 실패 원인은 다양했다. 그중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개발 과정 내내 닛산의 연구진을 괴롭혔던 에너지 재생 시스템이었다. 실제로 대회 직전까지도 해당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LMP1 클래스의 GT-R LM 니스모가 LMP2 클래스 보다 주행 기록이 느린 건 물론 LM GTE 클래스 수준에서 머물렀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를 보인 건 바로 FF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코너링 성능이었다. 실제로 가속이나 최고속 부분에서는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연속 코너 구간에서 앞선 차량들과 간격이 계속 멀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심지어는 하위 클래스의 차량에 추월을 허용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이 때문에 단일 랩 타임에서도 경쟁 팀과 15초 이상 벌어지는 암담한 기록이 이어졌다. 리타이어 한 GT-R LM 니스모 두 대를 제외하고 경기를 완주한 단 한 대의 차량은 총 270랩을 주행했으나 클래스 우승을 차지한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19)의 주행 기록에 70%를 채우지 못해 실격 처리됐다.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2015년 LMP1 경기 결과
닛산은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2015가 끝난 후 GT-R LM 니스모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전까지 출전을 중단하고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10월 GT-R LM 니스모와 같은 구동 방식, 바디워크로 2016년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고 복귀 의사를 강하게 밝혔다.

이와 함께 닛산 멕시코의 마이크 키르카모를 WEC 프로젝트 팀으로 이전시켜 그 동안 팀을 이끌었던 벤 보울비가 차량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에 대런 콕스 닛산 브랜드, 마케팅, 세일즈 글로벌 총괄은 “차량 개발을 위해 마이크 키르마크를 데려왔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2016년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 출전의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닛산은 LMP1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이는 ‘FF’ 바디워크에서 MR 수준의 운동 성능을 구현하지 못하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실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닛산은 이렇게 델타윙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실패에 이어 FF 타입의 LMP1 레이스카 실패의 상처를 다시 얻게 됐다.

하지만 이를 가지고 닛산을 비난할 수는 없다. 포르쉐는 같은 폭스바겐 그룹인 아우디의 노하우에 자신들의 기술을 더해 강력한 경쟁력을 얻는데 성공했고, 토요타는 밑바닥부터 실력을 쌓으며 그 성과를 선보이고 있다. 닛산 역시 기존에 없는, 상식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을 하며 실패를 맛본 것이기 때문이다.

노모 히데오의 ‘소시민은 도전자를 비웃는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도전자 닛산을 비웃을 필요가 없다. 닛산은 실패했지만 도전자였다. 복귀 2년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WEC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포르쉐와 절대적 강자의 입지를 다진 아우디, 점차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가는 토요타를 응원하며 닛산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