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DTI 완화, 효과 낸다면 더 큰 문제" 한숨
by이숙현 기자
2010.08.27 10:19:45
"지금 돈 더 빌리려는 사람은 나중에 못 갚을 가능성 높아"
"가능성 낮지만, 더블딥 온다면 한국 부채문제 심각해질 듯"
[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DTI(총부채상환비율)를 푼다고요? 만약 제대로 `효과`가 있다면 그거야 말로 정말 문제가 될 겁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다. 국가부채든 가계대출이든 '빚' 문제를 장기간 일관되게 경고해왔던 유일한 정치인이다.
26일 국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의원은 여전히 심란해 보였다. 오는 29일 DTI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추가대책 발표가 있을 거라더라고 말을 건네자 한숨부터 쉰다.
"DTI를 미미하게 풀면 효과는 크게 없겠지만, 만약에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면 가계부채 문제 등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경고다.
지난달에도 DTI규제를 일부 완화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자 “부동산 시장 침체의 핵심은 DTI가 아니다. DTI는 부채 문제를 고려해서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몇 십 퍼센트는 더 떨어져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던 그다.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중견 핵심간부로까지 지냈던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은 철저한 민간주도의 자유경제를 추구하는 시장주의자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부채를 늘려서 소비와 투자를 확대시키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온 '건전성' 중시론자다.
그는 DTI 문제는 두 가지를 봐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는 과연 이것이 정당성을 가진 정책방향으로서 풀어서 효과가 있을 것이냐, 또 하나는 실제 효과를 볼 경우 어떤 부작용이 있을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만약 DTI를 미미하게 풀면 효과는 효과대로 없을 것인 반면, 효과가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문제"라며 "돈을 추가로 쓸 사람들은 대부분 빚을 못 갚을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아 향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DTI는 말그대로 자기 소득에서 얼마나 빚을 늘려도 된다는 것인데, 현재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앞으로 저성장이 몇 년 더 갈 것이고, 이에 따라 소득은 떨어지고 이자는 오르는 악순환 속에 빠져 상환하지 못하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차라리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없애는 방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면서 "돈이 많아서 세금을 많이 내는 것(누진세)은 맞지만, 주택이 많다고 돈 내라고 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반대 입장도 밝히며 "지금과 같이 부동산이 침체된 상황에서 비싸게 돈을 받을 수 있는 건설사는 그렇게 놔두고, 분양이 잘 안 되는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내려가도록 하면 된다"며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미국 경제 더블딥 논란을 두고 `거품으로 불거진 문제를 거품으로 덮은 상황에서 부작용이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 대응을 할 것이기 때문에 더블딥으로 가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어쨌든 현재 금융시장의 심리는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 상태로 갈 것이고 몇 년간 저성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 이 의원은 "관건은 앞으로 더 많은 거품을 쓸 것인가 아닌가 여부에 달려있겠지만, 미국 정부는 별로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정부에서 돈을 풀어봤자 금융기관도 돈을 안 쓰고, 기업이나 소비자들도 불안해서 돈을 빌리지도 않고 저축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나라에 `경기부양해라, 수입시장 문 열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방법 외에는 없어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엔고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 경제에 대해서는 “국가 부채가 GDP 대비 200%를 넘어서는 등 문제가 심각한데, 이는 심심하면 재정을 동원하고 토목공사를 하는 등 돈을 함부로 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업이나 개인들은 미래 전망도 없고 세금이 올라갈 것을 대비해 저축만 하고 투자도 하지 않아 계속 정체돼있는 상태”라며 “만약 일본 정부가 (수출을 위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려 해도 미국이나 유로 지역 등에서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G2의 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 경제와 관련 "중국은 인플레이션으로 정권이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다른 민주국가들과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정책이든 쓸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전제하고 "세계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질 가능성이 보이면 중국은 특단의 대책을 세워서라도 이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글로벌 더블딥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그 때는 우리나라 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하게 부각될 것이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가파르게 증가한 국가 부채를 비롯해 가계부채, 기업과 공기업 부채, 지자체 부채 등으로 (그리스와 같이) 우리도 대외신용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