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출고난에 반사이익 누리는 렌터카…뒤에서 '쓴웃음' 짓는 이유는

by송승현 기자
2022.05.12 09:20:11

업계 1·2위 롯데·SK렌터카 올 1분기 매출 나란히 성장
신차 출고난에 렌터카 찾는 개인 고객 늘며 반사이익
전기차 문의 빗발치지만, 보유 대수 적어 '발동동'

현대자동차의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40대 직장인 A씨는 현대자동차(005380) 아이오닉5 출고 기간이 1년 이상 걸린다는 말에 생애 처음으로 구매 대신 대여를 결정했다. 렌터카는 신차 구매보다 더 빨리 차량을 받을 수 있다는 귀띔을 지인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렌터카 업체를 찾았지만 전기차는 당장 렌트가 불가하다는 말을 들었다. 얼마나 기다려야하느냐는 물음에 자신들도 구하기 어려워 기간을 안내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렌터카업계는 완성차업계의 신차 출고난에 매출이 증가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데 전환 속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신차 출고난으로 렌트에 필요한 전기차 구매 길이 막힌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2위를 다투는 롯데렌탈(089860)의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068400)는 올 1분기 실적이 모두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롯데렌탈의 올 1분기 매출액은 6480억원, 영업이익은 7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0%, 43.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영업이익도 1분기 실적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렌터카 사업이 호실적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렌터카 부문 매출액은 3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SK렌터카도 매출액 3109억원과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1%, 16.4% 증가했다.



렌터카 업체의 실적 향상은 신차 출고난이 장기화하며 수요가 렌터카로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렌터카는 99만 7176대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 렌터카 고객 대다수는 법인이었으나, 개인 고객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출고가 늦어지며 렌터카 인도 문의가 부쩍 늘었다”라며 “렌터카 업체는 신차 출고난에도 사전에 대량 구매해둔 물량이 있어 빠른 차량 인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렌터카 업체들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속사정은 복잡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출고난으로 구매가 어려워서다. 실제 롯데렌탈과 SK렌터카는 오는 2030년까지 보유 차량을 100%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하기로 결의한 상태다. 고객의 수요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두 회사의 전기차 장기 렌트 계약대수는 롯데렌탈이 6600여대, SK렌터카가 4000여대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롯데렌탈은 올해 전기차 장기 렌트 계약대수를 1만 5000대로 끌어올려 누적 2만 7000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올 1분기 계약을 위한 전기차 구매는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SK렌터카도 전기차 구매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신차 출고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하기가 정말로 어려운데 반도체와 각종 부품 수급난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여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그렇더라도 전기차 보유대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