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개헌안]'대법원장 힘 빼고 법관 독립 강화…정치 외풍 차단이 관건
by한광범 기자
2018.03.23 08:20:00
대법관·헌법재판관, 각각 추천위·대법관회의 통해 결정
일반 법관 임기제 폐지해 정년 보장…대신 ''해임'' 가능
비법조인도 헌법재판관 가능…"다양화로 균형 반영"
법조계, 대체적 긍정 반응…정치권력 개입은 우려
|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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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2일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구조부분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일반 법관의 독립성 강화를 사법제도 개혁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법부 신뢰회복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정치권 등 외부세력에 의한 인사 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은 2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권력구조부분에 대한 대통령 개헌안을 설명했다.
조 수석 등에 따르면 개헌안에는 그동안 ‘제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임명제청하기 전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치도록 했다. 현행 헌법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다만 법원조직법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조항이 있다, 위원회 구성은 선임대법관 등 10명으로 구성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 중 5명을 대법원장이 선임할 수 있어 사실상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많았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이에 대해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대법관추천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선 대법원장의 목소리가 줄어드는 대신 정치권력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개헌안에선 헌법재판관 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에 대한 대법원장의 지명권도 대법관회의로 이관하도록 했다. 현행 헌법은 헌법재판관 9인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국회가 3인을 선출하고 대법원장이 3인을 지명하도록 하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일선 법관들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자리를 생각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한 현직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소에선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것에도 우려를 표하는 마당에 (더 권한이 낮은) 대법관들이 그 권한을 가져간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와 함께 일반 법관들의 독립성은 한층 강화되도록 했다. 개정안은 법관의 임기제를 폐지해 정년까지의 임기를 보장했다. 현행 헌법은 일반 법관의 임기를 10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관들은 10년마다 심사를 통해 법관 연임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임기제 폐지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법관에 대해 ‘해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행 헌법은 법관의 신분보장을 위해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경우에만’ 파면되도록 하고 있다. 징계 역시 정직·감봉 등만 할 수 있도록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수천 전 부장판사와 최민호 전 판사의 경우 법원에선 ‘정직 1년’의 징계만 받았다. 현행법상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징계였지만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은 판결 확정 이후에야 파면이 가능하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법관의 임기 폐지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대형로펌 변호사는 “연임 심사제가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한 현실에서 애초 임기제 자체가 큰 의미가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출신의 한 판사는 이와 관련해 “탈락률이 낮다는 점때문에 외부에선 요식행위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부적격자가 적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면서도 “재임용 걱정 없이 재판을 한다는 점에서 재판 독립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해임’ 징계가 추가되는 것에 대해서도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 중소로펌 변호사는 “임기제가 사라진 만큼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는 법관을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 판사는 “징계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통령 개헌안은 법관 법관이 아닌 사람도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실제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같은 많은 나라가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구성을 다양화해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중견로펌 한 변호사는 “구체적 사건을 다루는 일반 재판과 달리 헌법 재판은 연구관들의 지원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 부장판사는 “헌법재판은 법률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헌법에 반하는지만 보게 된다”며 “가치 판단의 문제는 비법조인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