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제]②문제점은.."운영자금이 부족하다"

by이진철 기자
2011.03.25 09:35:31

[이데일리 이진철 이지현 기자] "과거엔 주민 동의서 한장 받기도 쉽지 않았지만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으면서 주민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구청이 개입하면서 사업추진 속도가 느려졌고 역할에 대해서도 기대하는 주민들이 없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관리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재개발구역이 많은 강북권은 주민간 갈등으로 장기간 표류했던 사업추진이 정상화되고 투명성이 높아졌다면서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재건축단지가 많은 강남권은 구청의 관여로 오히려 사업절차가 복잡해지고, 사업추진 초기비용 조달에 어려움이 커졌다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는 재개발의 경우 그동안 공공적인 특성이 가미돼 사업이 추진된 반면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민간이 자발적으로 이익증대를 위해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공공의 간섭에 대해 느끼는 주민 거부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공공관리제 시행이후 가장 애로점을 꼽는 것이 초기 사업진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시공사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는 점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유덕렬 동대문구청장이 답십리16구역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관리제가 적용되는 단지에는 추진위 구성에 필요한 비용 중 70% 범위 내에서 자치구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고 있다. 이후 필요한 조합 결성을 위한 비용과 사업 추진비, 인허가비 등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서울시와 조합이 사업 추진비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조합추진위 구성에 필요한 자금을 조합원 1000명 기준으로 2억2000만원(1000명이 넘어갈 때는 최대 2억5000만원)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금액의 70% 이내에서 지원한다.

이에 대해 조합측은 정비사업장의 인건비를 감안할때 지원규모가 현실과 크게 동떨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진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50%이상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동의서와 함께 인감증명서를 예비추진위에 제출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아웃소싱 인력(일명 OS요원)이 활용된다. 일당 7만원씩을 주고 50명을 20일간 활용해도 이들의 인건비로만 7000만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민 방문시에 필요한 선물과 제반 비용까지 추가되면 3억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게 조합추진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4424명에 달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시가 최대 지원금으로 산정한 2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고 해도 주민 동의서를 받기위한 OS요원의 인건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총회를 1번 개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도 수억원으로 예상되는데 최소 2번은 개최해야 한다"면서 "조합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추진위원장이 보증을 서고 대출 받으라고 하는데 누가 쉽게 나서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대한주택보증과 협약을 맺고, 기존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추진위 운영자금 신용보증 대출조건을 5인 연대보증에서 1인 보증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대한주택보증에 접수된 정비사업 추진자금 융자실적은 지금까지 총 9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융자를 받기 위해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여전히 개인재산을 담보로 제공해 보증을 서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관리제가 시행초기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사업추진에 대한 큰 잡음보다는 투명화와 빠른 사업진척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민들의 재산권과 직결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혔다는 점에서 갈등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해당 지분을 보유한 조합원들이 재산권을 행사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반면 자치구는 사업에 대한 지분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공관리자 지위만으로 조합 내부 문제에 관여한다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논란도 있다.

공공관리제도가 정비사업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서울시와 구청의 예산을 상대적인 약자인 세입자도 아닌 민간개발사업의 주택소유자를 위해 지원해주는 것이 정당한가 라는 지적도 여전하다.

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연구실장은 "공공관리제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공공의 개입으로 사업속도가 얼마나 빨라질지와 부담금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초기 사업자금 조달과 시공사 선정과정 등 시범사업장에 나타나는 시행착오에 대해 철저한 점검과 제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