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인사이트)금에 투자하는 또 다른 이유 `세뇨리지`

by권소현 기자
2010.01.29 10:16:33

[차종도 현대인베스트먼트 AI 팀장] 최근 발표된 세계금협회(WGC)의 투자보고서(Investment Diges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의 조폐국인 민트(Mint)의 금화와 은화의 판매량은 47만1000온스(14.6톤)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대비 27% 증가한 것이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66% 늘어난 것이다.

▲American Eagle coins 매출 추이
(자료: The US Mint, WGC)
리먼브라더스의 부도 이후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판매량은 평상시에 비해 약 10배 수준까지 증가했었는데, 금융위기가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으며 경기가 회복단계로 진입하고 지금까지도 판매량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금화나 은화 뿐만 아니라 실물 금에 투자하는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하는 금 상장지수펀드(ETF) 수탁고도 전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금 가격이 출렁거린 4분기에도 30톤이 순유입됐다.

이렇게 금 실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달러 통화량 확대가 유발하는 달러의 가치절하, 혹은 `세뇨리지(Seigniorage)` 세금을 피하기 위해서다.

원래 세뇨리지라는 말은 금화가 기축통화일 때 금화에 불순물을 넣어서 제조할 경우에 발생하는 통화 액면가와 통화 제조비용과의 차이를 의미하는 화폐주조차익이다. 국민들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의 성격과 유사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는 자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금을 부과시키는 효과, 즉 세뇨리지 효과를 전세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 부과할 수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달러 통화량을 확대하면서 세뇨리지 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다만 금화와 은화의 세뇨리지 효과는 3.9% 내외(민트사 2008년 기준)인데 반해서 전자방식의 달러는 거의 100%에 달한다.



과거 2000여년 전에 로마가 강대국일 때 로마시대 오현제 중에서 가장 위대한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마저도 야만족과의 전시비용 충당을 위해서 은화에 불순물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도 기축통화였던 데나리우스 은화는 로마제국의 멸망기에는 은이 5% 밖에 함유되지 않을 정도로 불순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경제는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향후 10여년간 재정적자가 예상되는 미국 상황이 로마의 전철을 밣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지만, 그러한 결정권은 미국 정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투자자로서 어떻게 가치를 보존하는가다. 이같은 세뇨리지 효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인 뿐만 아니라 달러에 노출된 전세계 스마트머니가 금을 포함한 상품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도 새로운 자산유형으로써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금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상품 투자의 대가인 짐 로저스는 인플레이션율을 고려할 경우 온스당 2000달러대로 갈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으며, 혹자는 엄격했던 금 본위제 비율로 산정하면 적정 금 가격은 5000달러 이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현재 국내에 실물 금(Physically backed)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으로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의 HiShares Gold(110550)가 대표적이다.

은행의 골드뱅킹은 예금과 같이 거래은행이 부도날 경우 손실이 나는 구조지만 금 ETF는 런던과 뉴욕의 귀금속창고에 저장된 실물 금에 대해서 재간접 구조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실물 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창고보관, 운송, 보험, 경비 등의 제반비용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런 비용은 규모의 경제가 도달되지 않으면 투자자에 큰 부담이다. 한 예로 해외 투자은행이 요구한 귀금속창고 보관비용만 하더라도 연간 3억원과 펀드 순자산의 연 0.15% 가운데 큰 금액이었다. 
 
현대의 HiShares Gold는 연 0.40%의 재간접비용만으로 상기 제반비용도 해결하고 국제적인 골드바 적격 기준에도 부합하게 투자하는 펀드이다. 1월 현재 편입된 종목은 뉴욕거래소의 대표 금ETF 2종목, 런던거래소의 대표 금ETF 2종목이다.

또 원화로 투자하기에 국제 금에 투자할 때 발생하는 환전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한국 장중에 형성된 실시간 금 시세로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개인의 경우 해외주식주문수수료가 약 0.5% 내외인데 이보다 저렴하게 국내주식 주문수수료 약 0.015%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활용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