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10.01.28 09:57:49
"전세난요? 강남·목동 얘기죠"
광명·남양주 등 서울인근 "세입자 구해달라" 아우성
전세금 10%이상 떨어져
[조선일보 제공] "전세난요? 다들 강남이나 목동 얘기지 여기엔 전세난 같은 것은 없어요. 오히려 집주인들이 가격을 내리더라도 세입자나 빨리 구해달라고 난리죠."
27일 오전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의 '대림 e편한세상·센트레빌' 아파트 단지 입구. 15일부터 입주가 시작돼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이삿짐 차량과 인테리어업체 차량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공인중개업소 김모(47) 사장은 "강남 사람들이야 그 동네 떠나면 뭔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버티다 보니 전세금이 치솟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광명시는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서울과 맞닿아 있다. 전세 대란을 겪고 있는 양천구 목동과도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서울 주택시장은 전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광명에선 전혀 '딴 세상' 얘기다. 이 아파트 주변만 하더라도 자이·래미안, 위브 아파트 단지 등 4개 단지에서 74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새 아파트 입주 영향으로 지난 3~4개월 사이 철산동의 기존 아파트 단지의 전세금이 10% 안팎까지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전세 시장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등지에선 불과 2~3개월 사이에 전세금이 3000만~4000만원씩 오른 것이 예사다. 하지만 이들 지역만 벗어나면 전세금이 1년 내내 꼼짝하지 않는다. 경기도로 빠져나가면 오히려 전세금이 떨어지는 곳도 있다.
우선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에서 전셋집에 사는 주민들은 말 그대로 '전세 대란'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트리지움 단지의 84㎡(25.4평)에 사는 직장인 박보영(41)씨는 지난달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올려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에 빠졌다. 그는 2년 전 2억6000만원에 계약을 했다. 박씨는 "전세금이 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고 싶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교육 문제 때문에 꼼짝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급등 현상은 강남 지역 전체로 확산돼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2차 112㎡는 지난해 6월 말 3억~3억6000만원이던 전세보증금이 최근 3억8000만~4억5000만원으로 8000만~9000만원 올랐다. 서초구 반포자이 82㎡ 역시 같은 기간에 3억1500만~3억8000만원에서 4억~4억3000만원으로 올랐다. 송파구 지역은 지난 한 해 무려 20%가량 전세금이 올랐고, 서초구도 10.7%, 양천구도 11.1%로 올랐다. 다만 강남구는 6.4%로 올라 다소 상승폭이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