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해도 안 사요” 쇼핑 축제에도 지갑 안 여는 美, 왜

by김윤지 기자
2024.11.25 09:36:47

FT “‘美경제의 힘’ 개인 소비 둔화 조짐”
美 일반 상품 주간 판매량 전년比 3%↓
연말 지출 확대되겠지만 속도 느려져
트럼프 관세 공약에 인플레 재점화 우려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의 연중 최대 쇼핑 축제인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몇 주간 지속되는 이벤트로 확장됐으나 소비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랙 프라이데이 표지판이 게시된 미 소매업체 타깃 매장.(사진=AFP)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매업체 판매데이터(POS데이터)를 집계하는 글로벌 리서치업체 서카나를 인용해 최근 1주일(10일~16일) 동안 미국 일반 상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등 미 소매업체들이 이번주 블랙 프라이데이(매년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앞서 일찌감치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시작했으나 소비 둔화 조짐이 보인다고 FT는 분석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11~12월 미국 연말 연휴 시즌 지출이 1인당 902달러에 달하겠으나, 지출 증가율은 약 2.5~3.5%로 2018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Y 파르테논의 수석 경제학자인 조지 다코는 “소매업체들이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매출이 완만한 속도로 증가해 판매량은 증가하겠지만 소매업체들의 가격 책정 권한은 훨씬 줄었다”고 짚었다. 그는 소매업체들이 저소득층을 겨냥해 대대적 할인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소득층의 소비를 잡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 소비는 미 경제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올해까지도 여전히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는 대체로 장기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역사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으나 미시간대 11월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의 지속에 극도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도 나온다.

롤랜드 푸마시 라보뱅크 식품·농업 전문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의회를 배경으로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더 높은 인플레이션, 느린 국내총생산(GDP) 성장, 예산 적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고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예산 적자를 늘리고, 특히 이민자 감소와 결합될 경우 인플레이션이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소매업체들의 연간 수익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매우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

NRF의 수석 경제학자인 잭 클라인헨츠는 “가계 재정 상태는 양호하며 연휴 시즌에 강한 소비를 위한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가계는 보다 신중하게 소비할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소매업체 타겟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소비자들이 쇼핑하는 방식이 점점 더 발달하고 있다”면서 “할인 혜택을 중점적으로 찾아 이를 발견하면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