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23.06.12 09:50:30
심혈관 시술받으러 수도까지 6시간 이동했어야... 몽골 오르홍 주 이야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지난 4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혈관조영실. 스텐트 시술을 하는 조정래 순환기내과 교수의 손끝을 따라 젊은 의사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의 이름은 바드랄 간후야그. 심혈관 시술의로, 몽골 오르홍 지역진단 및 치료센터 소속이다.
몽골 북부에 위치한 오르홍은 수도인 울란바토르로부터 차로 6시간 거리에 있는 주로, 크기는 서울의 약 1.5배에 달하지만 인구는 서울의 100분의 1인 10만 명에 불과하다. 바드랄 시술의는 오르홍 지역진단 및 치료센터에서 근무하며 심혈관 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심혈관 시술의임에도 불구하고 심혈관조영술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 의료기기들이 오래된 탓에 시술 도중 꺼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심혈관조영술은 엑스레이 영상으로 심혈관을 살피며 진행하므로 시술 도중 엑스레이가 꺼지면 혈관에 삽입한 관의 상태를 알 수 없어 위험하다.
심혈관 시술이 필요한 응급 환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오르홍 지역진단 및 치료센터에서 시술받거나 6시간을 이동해 수도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야 했다. 빠르게 처치하는 게 중요한 심근경색 환자 등은 수도로 이동하다 목숨을 잃기도 했다.
환자들의 상황을 알게 된 오르홍 지역진단 및 치료센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혈관조영실을 마련하고 최신 의료기기들을 채워 넣었다. 남은 건 시술 경험이 적었던 바드랄 시술의의 숙련도를 높이는 일이었다. 그때 나란 에르딘 병원장이 나섰다. 심혈관 시술의 이기도 한 나란 병원장은 3년 전 자신에게 심혈관 시술 연수를 해줬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조정래 교수를 떠올렸다.
조정래 교수는 2016년 대한심혈관중재학회를 통해 몽골 의료진의 심혈관 시술 연수를 맡은 후 꾸준히 몽골 의료진과 소통하며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몽골 심혈관 시술의 사이에서 조정래 교수는 ‘심혈관 시술 베테랑’으로 통한다.
나란 병원장의 연락을 받은 조정래 교수는 곧바로 연수를 맡겠다고 답했다.
◇ 몽골 의료진에 선진 의술 전수
이후 바드랄 시술의는 같은 치료센터 소속인 담비 숙달라이 방사선사와 함께 4월 한 달간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심혈관 술기를 익혔다. 두 의료진은 동맥 및 말초동맥 스텐트 시술부터 심근경색 응급 시술까지,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혈관조영실에서 시행된 모든 심혈관 시술에 참관했다. 또 연수를 담당한 조정래 교수와 함께 대한심장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이론적 지식도 쌓았다.
바쁘지 않냐는 물음에 바드랄 시술의는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답했다. “한국에서 심혈관 조영술을 배울 수 있는 건 절호의 기회예요. 조정래 교수님께 잘 배워서 응급 환자들이 목숨을 걸고 수도까지 가지 않아도 시술받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