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깨운 공포의 경계경보…서울시·행안부 서로 ‘남 탓’
by이로원 기자
2023.05.31 09:19:05
북한 위성 발사에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 소동
서울시 "경계경보 발령 후 상황 확인시 해제하는 것"
행안부 "서울시의 오발령은 행안부 요청 아냐"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직장인들이 서둘러 출근을 준비하던 31일 오전 6시 41분 서울시는 이같은 내용의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하지만 서울시 재난 문자에는 ‘왜’ 경계경보를 발령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 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울린 경보음을 듣고 휴대전화 위급재난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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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민들이 이에 놀랐다. 출근길 대중교통에서는 비상알람이 여기저기서 울렸고, 수면을 취하고 있던 시민들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이후 오전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6시 41분 서울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린다”고 정정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북한이 서해 방향으로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발사해 백령도 일대에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경계경보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낙하물 우려가 있을 때, 공습경보는 실제 미사일 공격이 있을 때 발령된다는 차이가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위급재난문자는 행안부와 지자체가 모두 발송할 수 있는데, 이번에 서울시 전역에 전송된 문자는 서울시가 오발송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발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는 오전 7시25분 ‘미사일 발사로 인해 위급 안내문자가 발송되었습니다. 서울시 전지역 경계경보 해제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서는 일상으로 복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상황 종료 메시지를 발송했다. 행안부의 ‘오발령’에 대한 사과나 해명이 빠진 것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이날 오전 6시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지령 방송을 수신했다”고 밝히며 이에 따라 ‘경계경보’를 발령했다고 전했다.
서울시 측은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라며 “시는 오전 7시 25분, 상황 확인 후 경계경보 해제 문자를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31일 오전 서울 지역 주민들에게 발송된 위급재난문자. (사진=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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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왜 경계경보가 발령된 건지 알려주고 대피하라 해야 할 것 아니냐”,“어디로 대피하라는 내용도 없이 그냥 대피 준비?”,“우리 동네에선 사이렌도 울렸다”,“일본은 우주 발사체라고 알려주고 어디로 대피하라고 알려줬다는데, 서울시는 대피하라가 끝이다”, “이러다 안전 불감증 생기겠다” 등 서울시,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과 경계경보 오발령에 대해 성난 목소리를 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위성을 탑재했다고 주장한 발사체를 쏜 것은 2016년 2월 7일 ‘광명성호’ 이후 7년 만이다. 군은 발사체의 기종과 비행거리 등 자세한 제원을 분석 중이다. 합참은 “북한 발사체가 서해상으로 비행했다”며 “수도권 지역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