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아가씨" 번역 오류에…중국인은 살인 저질렀다

by권혜미 기자
2022.04.30 22:15:28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중국인과 한국인이 소통을 위해 사용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의 번역 오류로 인해 끔찍한 살인 참극이 벌어졌다.

30일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35)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2021년 5월 같은 국적인 직장 여성 동료 B씨와 가까워진 A씨는 친분을 쌓을수록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하지만 B씨는 유부녀였고, B씨의 한국인 남편인 C씨는 A씨에겐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이 됐다.

이후 B씨가 A씨에게 C씨를 소개하면서 세 사람은 종종 술자리를 함께 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이미지투데이)
그러던 중 같은 해 9월 6일 오후 10시경 정읍시의 한 주점에서 A씨는 B, C씨와 또 다른 중국인 지인 2명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모인 인원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C씨는 소통을 위해 휴대전화 앱 번역기를 사용해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A씨는 앱에 중국어로 “오늘 재미있었으니 다음에도 누나(B씨)랑 같이 놀자”고 썼지만, 앱 번역기는 ‘누나’를 ‘아가씨’로 오역하고 말았다.

‘아가씨’를 노래방 접대 여성으로 오인한 C씨는 “나는 아내가 있다. 왜 아가씨를 찾느냐”며 A씨에게 욕설을 뱉었고, 이에 A씨도 격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이 과정에서 A씨는 C씨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말았다.

호감이 있던 B씨 앞에서 폭행을 당한 A씨는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며 분노했고, 결국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해 몇 시간 뒤 홀로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유인했다.

C씨가 끝내 미안함을 표하지 않자 A씨는 C씨의 목과 복부 등을 13차례 흉기로 찔렀다. A씨는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C씨를 끝까지 쫓아 범행을 저질렀다.

결국 C씨는 숨을 거두고 말았고, A씨는 인근 지구대로 가 자수했다.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13차례 흉기로 찌르는 등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