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인수전 어찌되나‥SK-SKT `미묘한 입장차`

by안재만 기자
2011.11.09 10:46:26

SK "인수포기 절대 없다" vs SKT "고민하고 있다"
인수주체 SKT 부담 커..하이닉스 주가 떨어질수록 유리
SKT 이날 최고경영자 회의 개최..입찰참여 최종 결정
입찰참여해도 낮은 가격 제시할듯..불참 가능성도 솔솔

[이데일리 안승찬 안재만 정병묵 기자] SK그룹이 하이닉스 인수 본입찰을 앞두고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대형 악재에 휘말렸다. 시장의 촉각은 3조원대에 달하는 하이닉스 인수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쏠려 있다.
 
특히 본입찰 참여를 두고 지주회사인 SK(003600)와 직접적인 인수 주체인 SK텔레콤(017670)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갈리고 있다는 점이 이번 인수전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SK그룹은 "비자금 수사와 인수전은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SK텔레콤은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며 유보적인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인수전 불참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SK그룹은 줄곧 '하이닉스 인수 포기는 절대 없다'고 강조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오너가 수사를 받게되더라도 미리 계획된 사업이 한순간에 바뀔 수는 없다"며 "하이닉스 인수전 포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SK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갑자기 입장을 바꿀리 있겠느냐)"라면서 인수전 불참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정작 하이닉스(000660) 인수 주체인 SK텔레콤의 분위기는 다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본입찰에 참여할지, 불참할 지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최고경영자회의를 열고 인수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또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미 기본적으로 수사건과 인수건은 무관한 사안이지만,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로선 본입찰 참여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SK그룹과 SK텔레콤의 말이 다른 배경에는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체적인 그림을 짜야하는 SK그룹 입장에서는 하이닉스 인수는 장기적인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꼭 성사시켜야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대규모의 자금을 직접 투자해야 하는 SK텔레콤의 처지는 좀 다르다.
 
SK텔레콤은 하이닉스를 인수하더라도 얼마나 싼 가격에 사느냐가 관건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입찰 불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하이닉스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질수록 유리하다. "무조건 입찰에 참여한다"고 말할 유인이 별로 없는 셈이다.  
 
또 SK텔레콤은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다. 1.8㎓대역 주파수를 9950억원에 사들였고, 추가적으로 LTE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당초 올해 설비투자비는 2조원이었지만 LTE 망 확충에 3000억원을 더 쓰기로 했다. 하이닉스 인수는 '현금부자' SK텔레콤 입장에서도 만만치않은 부담이다. 인수 이후 장기 불황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 내부에서는 이번 비자금 수사와 별개로 "하이닉스 인수로 얻는 실익이 무엇이냐"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았다.

금융권 일각에선 SK그룹이 본입찰에는 참여하더라도 예상보다 낮은 가격을 써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전에 한두푼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만큼 오너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SK텔레콤이 하이닉스 채권단의 눈높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확률은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딜의 실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