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세계한인과학자대회 제안, '월드 코리안' 힘모아야"

by강민구 기자
2023.07.09 15:46:23

[만났습니다①]
김영기 시카고대 석좌교수 겸 차기 미국물리학회장
해외과학기술인 초청 교류 행사 의미 남달라
대통령, 과기부 장관 등 만족 후문···내년 개최 약속
美 물리학회장으로 내년 취임···"한국과 접점 확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이번 ‘한인과학기술인대회’ 의미가 남다릅니다. 1년에 한 번 영상회의로만 만나던 한인과학기술인들이 직접 만나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아이디어는 정부 주도가 아닌 서로 알아가며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이제는 ‘월드코리안’으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는 지난 6일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가 열린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한인과학기술인 교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 겸 차기 미국물리학회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국제 협력은 최근 윤석열 정부에서 강력히 미는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연구개발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예산안이 전면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매년 연구개발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예산안을 재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우리 문화와 언어, 민족관을 공유하는 재외한인과학자들 간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협력 강화를 통해 세계적 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내라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이 미국에 있는 한인과학기술인 1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초청행사를 약속한 것과도 맞닿아 있다.

윤 대통령이 먼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을 맡고 있던 김 교수 등에게 행사를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당시 김 교수는 일본, 캐나다, 싱가포르 등에 있는 한인과학기술인협회들과 전체적으로 소통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다.

그 결과, 해외 과학기술인 300명과 국내 과학기술인 2700명 등 3000여 명의 과학기술인들이 모처럼 모여 성황을 이뤘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한인과학기술인들을 초청하는 행사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 직후 김 교수가 “내년에도 할거죠”라고 묻자 윤 대통령을 비롯해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들도 만족하며 내년 행사 개최를 약속했다.

김 교수는 “반세기 전 재미과학기술자협회 설립 당시 회원들은 유학생 신분이었고 나라도 전쟁 폐허를 딛고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과거와 달리 과학기술자들이 성장했고, 한국도 발전하면서 교류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반세기는 국내외 한인과학기술인이 협력을 강화하며 시너지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 성과의 출발점은 국제협력이고, 한인과학기술인 네트워크가 출발점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한국에서 과학기술인을 연결해달라는 요청들이 늘어났다. 젊은 인재들이 미국, 유럽 등 특정 국가에만 머물지 않고 옮겨다니기 때문에 해외 거주 한인과학기술인들 간 협력 필요성도 커졌다.



하지만 예산, 인력구조, 조직상 한인과학기술인 네트워크는 조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과학기술인들 스스로 서로 알아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정부가 한인과학기술인들을 챙겨주는 자리를 만든다면 과학기술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장을 많이 만들어주고 하면 물리학적으로 입자가 충돌하며 새로운 과학적 발견으로 이어지거나 꽃가루가 퍼져 꽃이 피는 것처럼 새로운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한 김영기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옆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김 교수는 실험입자물리학자로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입자의 질량 기원을 연구해 온 석학이다. 1899년 미국물리학회 설립 이래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회장으로 선출돼 내년 1월에 취임한다. 미국 물리학회는 정회원만 5만 명에 달하고, 미국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기능과 조직을 갖춰 영향력이 큰 단체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엔리코 페르미 등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거친 자리다.

역사적인 학회에 동양인이자 여성이 수장에 오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부회장, 올해 차기회장을 지낸뒤 내년에 본격적인 활동을 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연구하는 분야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아 제 경력관리도 중요하지만, 항상 상대방과 같이 잘되는 방향을 고민했다”며 “국제협력도 다른 사람이 똑같이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면 협력이 안 되는 것처럼 자신이 조금 독특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을 찾고 도전적으로 연구를 시도했던 부분이 인정받았고, 주변에서 주요보직에 추천해주고 격려해 줘서 이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회장에 취임하게 되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한국물리학회와 아시아태평양 이론물리센터 등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바빠지겠지만, 후속 한인과학기술인대회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면서 “환경문제처럼 전 세계적인 문제도 있고, 물리학적으로 서로 도와가며 배우고 협력해야 할 부분이 있기에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학회들과도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1962년 출생 △고려대 물리학과 학·석사 △미국 로체스터대 박사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연구원 △미국 UC버클리 교수 △미국 페르미국립연구소 부소장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장 △현 시카고대 석좌교수 △현 미국물리학회 차기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