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7명 “韓 반도체 위기…내후년까지 이어진다”

by이다원 기자
2022.09.05 09:31:01

대한상의, 반도체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
전문가 43% “현 상황, 최근 10년중 최악”
칩4·美 반도체법 놓고는 긍·부정 엇갈려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필요한 때”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국내 반도체 전문가 10명 중 7명이 현재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리스크가 겹쳐지면서 반도체 업황 역시 악화하는 가운데, 이같은 위기 상황이 내후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도 많았다.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5일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국내 반도체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 경기 인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76.7%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을 ‘위기’라고 봤다.

세부적으로는 위기 상황 초입이라는 답변이 56.7%, 위기 한복판이라는 답변이 20% 등이다. 또한 ‘위기상황 직전’이라는 응답은 20%, ‘위기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반도체 위기상황 지속에 대한 전망.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전문가들은 이같은 위기 상황이 금세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 상황을 위기 혹은 위기 직전으로 진단한 전문가들에게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냐고 묻자 58.6%가 내후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다. 또 내년까지로 본 전문가가 24.1%, 내년 상반기가 13.9%, 올해 말이 3.4% 순으로 나타났다.

위기 상황의 주요 원인은 겹겹이 쌓인 장단기 대외리스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반도체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및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하락, 중국의 빠른 기술추격, 미·중 기술패권 경쟁 심화 등의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반도체산업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며 ”장단기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 반도체산업이 처한 상황이 최근 10년 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짚었다. 2016년 중국 메모리시장 진입, 2019년 미·중 무역분쟁 등 최근 10년 내 있었던 국내 반도체산업의 부진 시기와 비교해 현재 상황을 진단해달라는 요청에 전문가 43.4%는 ‘그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심각’ 26.7%, ‘매우 심각’이 16.7%로 집계됐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산업의 출렁임이 주로 일시적 대외환경 악화와 반도체 사이클에 기인했다면, 이번 국면은 언제 끝날지 모를 강대국 간 공급망 경쟁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중국의 기술추격 우려까지 더해진 양상”이라며 “업계의 위기감과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칩4·미국 반도체법이 미칠 영향을 예상한 답변. (사진=대한상공회의소)
국내 반도체산업을 둘러싼 대외현안으로 급부상한 ‘칩4 논의’와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 영향을 놓고는 전문가 의견이 엇갈렸다.

먼저 ‘칩4 논의’가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36.6%(‘매우 긍정적’ 3.3%, ‘다소 긍정적’ 33.3%)를 차지했지만, ‘부정적’이라고 답한 전문가 비중도 46.7%(‘매우 부정적’ 16.7%, ‘다소 부정적’ 30%)에 달했다. ‘큰 영향 없을 것’이라는 답변은 16.7%로 집계됐다.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의 영향 역시 ‘긍정적’ 전망이 50%, ‘부정적’ 전망은 40%로 엇갈렸다. 세부적으로는 ‘매우 긍정적’이란 답변이 3.3%, ‘다소 긍정적’이 46.7%로 각각 나타났고 ‘매우 부정적’ 20%, ‘다소 부정적’ 20% 등이었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단기적 위협요인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부정적 영향 80%), 중국의 코로나19 봉쇄(66.7%),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63.3%), 우크라이나 전쟁(56.7%) 등이 꼽혔다.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는 칩4 대응 등 정부의 원활한 외교적 노력(43.3%), 인력 양성(30%), R&D 지원 확대(13.3%) 순으로 응답 비중이 높았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해외기술기업 투자·인수를 위한 특단의 제도 개선과 반도체 경쟁국 사이에서의 적극적이고 세련된 외교 등 반도체분야 초격차 유지를 위한 보다 근원적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