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화 나선 기업들, 인천공항 사태에 촉각..사회적 합의 기대감도

by김현아 기자
2020.06.28 14:00:03

정부 정책 맞춰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한 기업들
일부 노조의 과욕에 경기 침체 여파로 최근들어 정규직화 지지부진
인천공항 논란, 상생과 노동 유연성 합의이루는 계기돼야

[이데일리 김현아 강경래, 양희동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다퉈 나섰던 기업들도 이번 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원의 정규직 전환 논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협력 업체와 상생을 위해 사내 하도급 인원이나 서비스센터, 설치 기사 등을 정규직화했지만, 정규직 규모나 정규직 전환이후 근로 조건 등을 두고 갈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후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정규직화 문제가 인력 신규 채용에 영향을 주거나 인수합병(M&A)에 장애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 노조원들이 2020년 1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웅진코웨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제공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지부는 2018년 6월 25일 정규직 전환 이후 임금수준이나 안전관리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SK 본사 앞 농성을 시작했다. 사진=희망연대 SK브로드밴드 지부 제공
28일 경제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한화 등 대기업들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정책에 협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제품 A/S를 담당하는 90여개 협력사, 총 7400명의 서비스기사를 정규직으로 고용했고, 현대차는 사내하도급 인원을 현재까지 8260명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SK 계열사 SK브로드밴드는 2017년 7월 유료방송 업계 최초로 4595명에 달하는 하청 업체 설치·AS 기사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LG전자도 지난해 자사 서비스센터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서비스기사 등 직원 3900명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한화도 2017년 9월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호텔 및 서비스 분야 계열사에서 상시적·지속적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직원 86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최근 지지부진하다. 정규직화를 한 기업이 칭찬받기는커녕 여전히 노동조합의 공격을 받는 학습효과에다, 경기 침체로 주춤해진 측면도 있다. 공공부문 역시 2019년 초 민간위탁 부분은 기관 자율에 맡기기로 하면서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불가능하게 됐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홈앤서비스(SK브로드밴드 자회사)는 한 때 정규직화 이후에도 민주노총 희망연대노조로부터 고정급만 696억 원 규모(정규직 수준)로 인상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회사 정규직 전환은 보여주기식 쇼’라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이 때문인지 이후 LG유플러스, 딜라이브 등 유료방송 업계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사실상 중단됐다.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는 강성 노조가 기업매각에 걸림돌이라는 평가마저 있다.

렌털업계에서 유일하게 CS닥터 노조원 1542명의 원청 직고용을 결정한 코웨이도 강성노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웨이 측은 현재 받는 금액보다 평균 36% 상승한 수준을 제시하다 노조가 거부하자 다시 노조 주장을 받아들인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고 총파업 들어갔다. 코웨이 관계자는 ”기본급 인상, 호봉제 도입 등 노조 측이 요구했던 대부분 사항을 받아들여 합의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CS닥터 노조가 일방적인 말바꾸기를 통해 상생을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업무를 진행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기업이라 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기업에서도 정규직이 된 비정규직 직원들이 비슷한 요구를 해서 새로운 갈등이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또다른 기업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양산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건 문제”라면서도 “하지만 인천공항처럼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대놓고 요구해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상실감 같은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과 함께, 노동의 유연성도 보장해야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더 많은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존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폐기돼야 한다.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 정규직들과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