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명분도 실리도 잃은 홈쇼핑 백수오 환불

by민재용 기자
2015.05.11 09:39:21

환불 반대하다 여론 눈치에 마지못해 환불 결정
반쪽 환불에 비난 쇄도..사과 진정성도 의심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홈쇼핑 업계가 판매한 백수오 제품에 대해 환불 결정을 내렸으나 소비자들의 불만은 오히려 더 고조되고 있다.

홈쇼핑 업체들이 악화된 여론에 밀려 환불 대책을 마지못해 뒤늦게 내놓은 데다가, 그 환불 대책도 먹다 남은 제품에 국한하는 ‘반쪽 환불’에 그쳐 전액 환불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 시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홈쇼핑 6개사는 지난 6일부터 사흘간 회의를 열고 업계 공동의 백수오 환불안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나마 이번 회의도 한국소비자원이 홈쇼핑 업계에 적절한 환불 대책을 마련하라고 압박을 가해 뒤늦게 열릴 수 있었다.

업계 공동의 환불 대책 마련도 쉽지 않았다. 백수오 제품을 1000억원 이상 판매한 홈앤쇼핑 등이 환불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악화된 여론의 눈치를 본 GS홈쇼핑(028150)과 CJ오쇼핑(035760) 등은 결국 한국소비자원이 제시한 데드라인인 8일 독자적인 환불안을 내놨다. 두 회사는 업계 공동의 환불 대책이 마련되길 기다렸으나 합의가 쉽지 않아 개별 환불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이 독자 환불안을 내놓자 나머지 홈쇼핑 4개사도 같은 날 경쟁적으로 환불대책을 내놨다.



환불 내용도 ‘모두 먹다남은 제품에 대해 현금을 지불하겠다’는 것으로 대동소이하다. 사흘 간 마라톤 회의를 열었음에도 도출되지 않았던 홈쇼핑 업계의 공동의 환불 대책이, 한순간에 쉽게(?)마련된 셈이다.

뒤늦게라도 홈쇼핑 6개사가 모두 환불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환불에 반대했던 홈쇼핑 업체들이 악화된 여론이 자사에 모두 쏠릴 것을 우려해 눈치작전 끝에 환불을 해주기로 마음을 돌렸기 때문이다.

전정한 사과와 적절한 환불 대책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이 홈쇼핑 업체들의 이런 행태에 실망하는 것은 자명하다.

소비자단체들도 홈쇼핑 업체 6개사의 ‘조건부 환불’ 결정에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비난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10개 소비자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홈쇼핑 업체는 조건없이 전액 환불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홈쇼핑 재승인 담당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홈쇼핑사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통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이 요청하기 전 미리 나서 환불안을 내놨더라면 조금 미흡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비난은 안 받았을 것”이라며 “홈쇼핑 업계의 환불 대책은 명분도 실리도 잃은 실패한 환불대책”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