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착한·통큰·가격혁명`..마냥 좋은 걸까

by유환구 기자
2011.03.25 09:31:39

저가 마케팅 불붙어..`인플레로 매출둔화·정부 물가압박` 배경
`수익성 확보·집객용 마케팅 시비` 부담

[이데일리 유환구 기자] `통큰 가격, 착한 가격 등 대형마트들의 할인판매 경쟁 득과 실은 무얼까`
 
대형마트들의 가격 할인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달 들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야심차게 준비한 저가 이벤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의 가격 경쟁은 `1원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연초부터 원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유통업체들의 `고(高)마진`이 물가 불안의 주범이라고 몰아세우는 정부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시기에 업체들간의 경쟁이 다시 과열되자 안팎에서 우려가 일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마트들의 수익성 유지가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질적인 소비자 혜택보다 `제살 깎기식 마케팅 경쟁`으로 악순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형마트들의 저가 이벤트는 이달 들어 부쩍 늘어났다. 과거와 다른 점은 그동안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판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위 롯데마트가 `통큰` 열풍으로 약진하면서 위협해오자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저가 정책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달 초 창립 12주년을 맞아 1200개 주요 생필품을 12개월 동안 저렴하게 판매하는 `물가혁명`을 선언하며 포문을 열었다. 

 

▲ 24일 홈플러스 영등포점에 마리당 1000원의 파격적인 가격의 `착한 생닭`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다는 의미의 `착한`을 롯데마트의 `통큰`과 같은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 `착한 화이트데이 이벤트`, `착한 봄나들이 기획전`, `착한 LED 모니터` 등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날부터는 생닭 20만 마리를 1주일 동안 1000원에 판매하면서 `통큰 치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라면과 밀가루를 1년간 가격 동결키로 하는 등 정부지정 52개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저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풀무원과 피앤지, 델몬트 등 카테고리별 1등 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19개 상품을 `新 가격정책 상품`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통큰 시리즈`로 재미를 본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도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다음달 1일 창립 13주년을 맞이해 24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총 5주간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해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대형마트간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줄어들면서 매출 성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지난 2월의 전년동기대비 대형마트 동일점 성장률은 `마이너스 10.9%` 였다. 일인당 구매 단가도 7만9875원으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작년 2월보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설 연휴의 영향이 컸다. 작년에는 설 특수 효과가 2월에도 반영이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백화점의 경우 5.2% 성장세를 이어갔다. 백화점은 설 특수 효과가 집중되는 식품군을 제외한 전 상품군에서 판매가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는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상품군에서 판매가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타격이 상대적으로 대형마트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홍성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는 물가가 오르면 판매가가 상승하고 구매고객이 감소한다"며 "상위층의 소비채널인 백화점보다 중위층이나 중하위층 고객이 많은 대형마트가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형마트 구매고객증가율과 식료품 물가상승률(제공:지식경제부, 통계청)



매출 감소를 할인 이벤트를 통해 돌파하려는 것은 소비자에겐 좋은 일이다. 하지만 실속이 문제다. 원가 상승기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럴 때 무게가 실리는 것이 `마케팅`이다. 가만히 있으면 매출이 줄어드니 `침소봉대`를 통해 고객을 잡아보겠다는 요량이다.   
 
실제로 올 들어 대형마트들의 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올 1~2월 영업이익이 14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1411억원보다 4%가 개선됐다. 하지만 총매출액은 2조116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외형 성장세에 비해 수익성은 부진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1~2월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지만 지난달 이후 프로모션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소폭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욱 어둡다. 물가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수익성을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5%, 식료품 물가상승률 12.2%로 갈수록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상승해 가계의 구매력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형마트의 할인 경쟁이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한 방향보다 겉만 화려한 마케팅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홍성수 연구원은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면 구매고객의 감소 위험이 더 커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을 강화를 하게 된다"며 "결국 대형마트의 수익성에 부담이 되는 악순환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달미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정책은 단기적인 마진 감소를 감수하고 집객력 강화를 통한 외형 성장을 꾀하는 전략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제살 깎기 경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형마트들도 수익성 유지에 골몰하고 있다. 수개월 전부터 기획전을 준비, 해외 직소싱 등을 통해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고 자체 브랜드(PB) 상품의 비중도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선 것이 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고관리 시스템 개선 등 몇년 전부터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가격 경쟁에 따른 출혈을 보완해주고 있지만 물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갈수록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